서울경찰청, 39차례 94억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
사채놀이·개인 채무변제·아들 여행경비 등 사용
사채놀이·개인 채무변제·아들 여행경비 등 사용
“ㅇ상조의 고객님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부 상조회사들이 회원납입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던 지난해 4월, ㅇ상조회사 누리집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 업체는 “고객님의 소중한 돈을 잘 관리하고 있으며, 투명한 재무상태를 인정받고 있다”고 회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 회사의 대표 역시 회원들의 돈을 빼돌려 ‘개인금고’처럼 사용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모두 39차례에 걸쳐 회원납입금 94억4000만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ㅇ상조회사 대표 한아무개(52·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급전이 필요한 건설업자들과 한씨 사이에 다리를 놓아 중개수수료 7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대부업법 위반 등)로 무등록 대부업자 최아무개(43)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다른 대부업자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한씨는 2009년 11월부터 1년 동안 법인 계좌에 보관중인 회원납입금 84억원을 직접 인출해 급하게 돈이 필요한 건설업자 5명에게 빌려주고 수수료와 선이자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그는 2008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영업수당·급여 명목으로 법인 돈 10억4000만원을 인출해 개인 용도에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건설업체에 빌려준 84억원은 현재 1억5000만원만 회수된 상태다.
경찰 조사결과 한씨는 고객돈을 ‘개인금고’처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빼돌린 돈으로 개인 소송 위자료, 주식 증자 대금, 채무 변제 등 개인적인 일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아들과 대부업자를 회사 직원으로 둔갑시켜, 급여명목으로 5000만원을 빼돌려 아들의 해외여행 경비로 사용하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빼돌린 돈은 이후 단기대여금으로 회계처리됐고, 이사회 회의록·회계장부도 허위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아들이 감사, 제부가 이사로 등재되는 등 이 회사가 사실상 한씨의 ‘1인 주식회사’나 마찬가지”라며 “대표이사가 직접 법인 통장을 관리하는 등 경영전반을 혼자서 결정했다”고 전했다.
지난 2003년 설립된 ㅇ상조회사는 누적 회원 5만5000여명(현재 3만여명), 납입금 250여억원 규모의 회사로 업계 중위권을 달리는 업체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제도에서 공제조합 예치금을 제외한 돈에 대한 자금의 투자·운용 등을 규제할 적절한 방안이 없어 피해 발생시 회원들에게 부담이 되는 실정”이라며 “상조회사를 관리·감독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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