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파업 고통 공감
70여명 모여 26일 부산행
열차 한량 통째로 전세내
70여명 모여 26일 부산행
열차 한량 통째로 전세내
“2년 전 정리해고 반대 시위에 나섰을 때,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 우리를 한번 봐주기만 해도 위로가 됐어요. 그런 위로를 전하러 한진중공업 노조원 가족들을 만나러 갑니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아 해고자가 된 김남섭(40)씨의 아내 조은영(37)씨는 2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은영씨네 다섯 가족은 일요일인 오는 26일 오전 8시15분, 다른 쌍용차 노조원 가족 70여명과 함께 부산행 열차를 탄다. 자신들이 2년 전 겪었던 고통을 똑같이 겪고 있을 한진중공업 파업농성 노동자와 그들의 아내,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부산 한진중공업 노조원 200여명은 사쪽에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영도조선소 안에서 지난해 12월20일 이후 6개월째 파업농성을 하고 있다.
쌍용차 가족들은 이 행사를 위해 열차 한량을 통째로 빌렸다. 이른바 ‘희망열차 85호’다. ‘85호’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올라가 고공시위를 하고 있는 크레인 번호다.
“티브이에서 한진중공업이나 유성기업 소식이 나오면 안 보고 싶었어요. 예전 생각도 너무 나고…. 한진중공업이나 유성기업 파업노동자 가족들은 아마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이 클 거예요.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그분들이 불안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셨으면 좋겠어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러 가는 길은 은영씨네 가족이 모처럼 떠나는 나들이 길이기도 하다. 복직 투쟁 중인 남편 대신 생계를 꾸려가는 건 은영씨 몫이다.
2009년 쌍용차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구조조정안을 내놓았고, 조합원들은 이에 반대해 77일간 평택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을 벌였다. 그해 8월6일 노사는 조합원 974명 중 468명(48%)은 무급휴직 1년 뒤 생산물량에 따른 순환근무로 고용을 유지하고 나머지 52%에 대해선 정리해고를 하는 안에 합의했다.
사쪽은 여전히 무급휴직자 복직을 미루고 있다. 2009년 파업 전후 일자리를 잃은 쌍용차 노동자·가족 중 세상을 등진 이는 15명에 이른다.
은영씨는 한진중공업이나 유성기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까봐 너무나 두렵다고 했다. “그런 고통은 당해본 사람만 알아요. 어디에서든 절대 되풀이돼서는 안 됩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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