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촉구 ‘1천인 원탁회의’ 한국대학생연합과 전국등록금네트워크, 야5당 등이 24일 저녁 서울 태평로 청계광장에서 공동주최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1000인 원탁회의’에 참석한 대학생·학부모·시민들이 촛불을 밝힌 채 등록금 인하 방안을 토론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청계광장서 ‘시민 원탁회의’
대학생·학부모·정치인 등 모여 발언하고 경청
참가자 47% “무상교육 점진적으로 실현해야”
대학생·학부모·정치인 등 모여 발언하고 경청
참가자 47% “무상교육 점진적으로 실현해야”
장맛비가 떨어진 24일 저녁 서울 태평로 청계광장은 토론회 열기로 뜨거웠다. 촛불을 밝힌 한 원탁을 사이에 두고 10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은 내년부터 곧바로 실시돼야 한다”고 하자, 박자은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의장은 “고통받는 대학생이 없도록 즉각 실시돼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반값 등록금 실현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고,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반값 등록금 공약 보고 이명박 대통령을 찍은 학부모들 많다. (반값 등록금 못 하겠다니) 사기 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토론에 앞서 “재정 지원을 통해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되, 대학 구조조정을 함께 해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한대련과 전국등록금네트워크, 야5당이 이날 공동 주최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1000인 원탁회의’는 지난 17일 열린 2차 국민촛불행동에서 처음으로 제안됐다. 토론을 기획한 김재연 한대련 집행위원장은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실현 방안을 둘러싼 논의는 정치권 안에 머무른 한계가 있었다”며 “직접 민주주의 원리를 따르는 원탁회의는 대학생을 포함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과 시민 등 참가자 1300여명(주최 쪽 추산 3000여명)은 원탁 100개에 나눠 앉아 평등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야당 대표든 시민단체 활동가든 대학생이든 학부모든 각자가 준비해온 꼬깃꼬깃한 종이를 펼쳐 밑줄을 쳐가며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했다. 토론자들은 진행자가 제시하는 발언 시간에 맞춰 동등한 기회를 갖고 토론에 임했다.
‘적절한 등록금 인하 폭’을 묻는 첫번째 토론 주제에서부터 등록금 때문에 가슴앓이를 해왔던 이들의 절절한 마음이 드러났다. 대학생 아들을 둔 어머니 김아무개(50)씨는 “마트에서 파리 목숨처럼 일하지만 아들 등록금은 반값으로 내려가도 감당하기 힘들다”며 점진적인 무상교육을 주장했다. 김종민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도 “등록금이 사립대학의 반값 수준인 국공립대 학생들도 등록금 마련이 힘들다”며 “교육은 권리인 만큼 국가가 교육재정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을 마치자 광장 한가운데 설치된 전광판에 모든 토론 참가자가 무선 인터넷망을 활용해 투표한 결과가 떴다. ‘등록금 인하 폭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가’라는 질문에, 참가자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점진적인 무상교육으로 나아가길 원했고, 27%는 반값 등록금 실현에 표를 던졌다. 사립학교 재단 투명성 확보가 우선이란 견해는 1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은 돼야 한다는 의견과 10~30% 정도 순차적 인하가 시급하다는 견해가 각각 7%였다.
토론을 끝낸 참가자들은 곧바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3차 국민촛불행동’ 집회를 열고 시청 앞까지 행진을 한 뒤 밤 11시께 해산했다.
박태우 송채경화 이문영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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