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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토부만 믿었는데…‘조종사의 꿈’ 불시착

등록 2011-06-28 21:00수정 2011-06-28 23:22

울진비행원 ‘국내서 인력 양성’ 설립 취지 불구
수료생 비행시간 모자라 항공사 입사지원 못해
추가훈련비 부담에 쩔쩔…“오도 가도 못할 판”
국토해양부가 2년 전 “저렴한 비용으로 우수한 조종사를 양성하겠다”며 시작한 ‘비행훈련원’ 지원 사업이 조종사 지망생들을 울리고 있다. 국토부를 믿고 훈련원에 입소했지만, 훈련 과정을 수료해도 항공사 취업 자격이 안 돼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2009년 해마다 200여명의 사업용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울진공항에 울진비행훈련원을 설립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동안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최고 1억원을 들여 자격증을 따와야 했기 때문에 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훈련원이 생기면 외화 절약과 청년 실업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당시 국토부의 설명이었다.

이에 따라 울진비행훈련원 사업자로 선정된 한국항공대와 한서대가 지난해 7월부터 4년제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각각 50명과 41명의 교육생을 모집해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9월 수료 뒤 진로 문제로 교육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교육생은 “외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사 조종사가 될 수 있다는 정부 말을 믿고 그동안 벌어둔 돈을 투자해 울진비행훈련원에 들어왔지만 막상 수료 뒤엔 항공사 지원 자격이 안 돼 허탈하다”고 말했다.

울진비행훈련원의 교육비는 항공대와 한서대가 각각 4649만원, 4384만원이다. 하지만 훈련 과정을 다 마쳐도 총 비행시간은 국내 항공사들의 채용 기준 비행시간(250~1000시간)에 한참 못 미치는 170시간에 불과하다. 두 대학에는 추가 비행시간을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문제는 항공사 최소 취업 요건인 250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3000만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울진에서의 생활비까지 계산하면 외국에서 자격증을 따는 비용(250시간 기준)과 큰 차이가 없다. 또다른 교육생은 “훈련원에서 교육받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으로 멀쩡한 직장 그만두고 모아뒀던 돈 모두 훌훌 털어 이곳에 다 바친 사람들”이라며 “추가 훈련을 위해 돈을 더 투자할 여력도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교육생들은 정부에서 추가 비행훈련 비용을 지원해주거나 항공사가 채용한 뒤 추가 훈련을 시키고 훈련비를 연봉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통해 취업을 보장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추가 훈련비 지원이나 수료 뒤 곧바로 항공사에 취업할 수 있는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도 울진비행훈련원 수료자를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한 교육생은 “애초 국토부가 교육생 모집 홍보 자료에서 ‘훈련생 취업 촉진을 위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6개 국적 항공사와 협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지만 취업을 위해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청년 실업을 해소하겠다던 정부가 청년 실업을 양산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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