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890명에 87억 뿌려 시공사 선정…3명 불구속 기소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태철)는 재개발 공사를 따내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현금 87억여원을 뿌려 경쟁사 입찰을 방해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로 롯데건설 한아무개(54) 상무, 현장소장 강아무개(38)씨, 용역업체 운영자 김아무개(51·여)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한씨 등은 서울 은평구 응암2구역 주택재개발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홍보용역업체 ㅈ사를 통해 대의원 48명 등 조합원 890명에게 현금 50만~3500만원을 건네는 등 총 87억여원을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합원에 대한 현금 살포는 여러 단계를 거쳐 이뤄졌다. 우선 롯데건설은 조합원 매수를 위한 자금 87억여원을 지난해 4월 홍보용역업체 ㅈ사에 용역비 명목으로 송금했다. ㅈ사는 이 돈을 임금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송금했고, 지난해 6월19일 조합원 총회 직전까지 ㅈ사 직원들이 직접 조합원 890명에게 현금으로 나눠줬다. 890명은 전체 조합원 1705명의 절반이 넘는 숫자다.
돈을 받은 조합원들은 총회에서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다는 서면결의서와 다른 건설사에 이미 건네준 서면결의서를 철회한다는 각서를 제출했다. 또 조합원들은 지난해 9월4일 열린 대의원 대회에서 롯데건설보다 3.3㎡당 40여만원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을 탈락시켰고, 같은달 19일 열린 총회에서 대우-에스케이(SK) 건설 컨소시엄을 제치고 롯데건설-대림산업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건설 쪽은 용역업체에서 단독으로 돈을 나눠줬다고 주장했지만 롯데건설 본사 사옥 압수수색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했다”며 “아파트 2400여 세대를 짓는 수천억원대 사업인 만큼 조합원들에게 거액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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