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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런던 테러’이후, 대한민국은 계속 ‘안녕’하실까?

등록 2005-07-08 18:14수정 2005-07-13 04:15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원들이 8일 오전 서울역에서 테러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특수견을 데리고 순찰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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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원들이 8일 오전 서울역에서 테러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특수견을 데리고 순찰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런던 폭탄테러 이후, 한국에 대한 테러 우려 커져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회사원 지아무개(39)씨의 8일 출근길은 평소보다 무거웠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런던 테러 소식을 들은 까닭이다. 지씨는 런던의 악몽이 서울로 이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혹시’ ‘만약’이라는 전제를 달고 여러 생각이 이어졌다. 출입구 가까이에 섰고, 비상사태 대처 요령도 꼼꼼이 읽었다.

지씨뿐만이 아니다.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런던 테러를 보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출근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유럽 알카에다 비밀조직이라는 단체는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이용하는 한 웹사이트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영국군이 자행한 대량학살에 대한 응징”이라고 주장하면서 “이탈리아와 덴마크, 그리고 모든 십자군 정부들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지 않는다면 똑같은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3600여명의 군인을 이라크에 보내놓은 나라다. 정부는 미국 지원보다 ‘이라크 전후 복구 지원’이라는 명분을 앞세웠다. 알 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11월 부산 아펙 정상회의…한국도 테러대상국 상위권 꼽힐 것”


전문가들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김선일씨 사건 이후 우리나라 대사관과 항공기를 상대로 한 테러 협박은 줄곧 있어왔다”며 “테러단체들이 대상국을 뽑을 때 상위 순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라크 전문가인 김영미 프리랜서 PD는 “알 카에다가 런던과 같은 정치적 효과와 파장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보다는 일본 쪽에 훨씬 매력을 느낄 테지만, 이젠 전 세계 어디나 위험해졌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물론 영국이 이라크 2위 파병국이라는 점말고도, 이번 런던 테러의 배경에는 테러리스트들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가 많았다. 최진태 소장은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에서 열린 주요8국(G8) 정상회의를 겨냥한 측면이 있다. 영국 뿐만아니라 8개 나라와 서방세계에 대한 포괄적 공격이라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여기에 2012년 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런던으로 세계의 이목이 쏠렸고 축제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런던 테러의 이런 특수한 배경은 곧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온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21개 나라 정상들이 참석하는 아펙 정상회의가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린다.



정부, 테러대책 점검하며 분주

런던 테러 직후 우리나라에 대한 테러 위험도가 높아지자 정부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지난 4월 만들어진 국가정보원 테러정보통합센터 관계자는 8일 “군과 경찰, 외교부 등 모든 기관의 테러첩보를 종합해 분석하고 테러의 실현 가능성 여부 등을 판단해 대응조처를 해당기관에 통보하는 등 24시간 가동하고 있다”며 “국가안보회의(NSC)의 위기대응 메뉴얼에 따라 테러에 관해서도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했고, 어떤 상황이 각 단계에 속하는지 세부적인 것은 현재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이날 ‘대테러 안전활동 강화대책’을 시행하며 경계를 강화했다. 경찰청은 전국 496개 대테러 부대가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했고, 주한 미국대사관과 고속철도 주요 역사 등 7곳에 경찰특공대를 배치했다. 서울역에는 경찰특공대와 특수견이 새로 배치됐고, 미국 대사관에는 5월 말 철수했던 장갑차가 다시 배치됐다. 인천국제공항 등에서의 보안검색과 지하철·터미널 등 다중이용 시설에 대한 순찰도 강화됐다.

시민사회 “갈등 불씨 제거가 진정한 테러방지대책”

하지만 이라크 파병을 반대했던 시민사회단체쪽은 “국제사회가 평화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무고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공격은 그 목적이 어떠하든지 간에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이들의 성장은 미국과 영국이 강행하고 있는 이라크 점령 정책과 무관하지 않은 만큼 저항세력을 소탕하기 이전에 갈등의 불씨부터 제거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테러방지나 재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테러대책을 세웠다고 해서 테러위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테러 대책만 서두를 게 아니라 국민을 보복이나 갈등의 대상에 연루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테러대책은 테러를 막는 효과보다는 국민의 자유를 통제하는 효과가 크다”며 “이를 두고 정책적인 수단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최민 평화네트워크 간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테러의 위협을 생각하지도 않고 살아온 우리에게 이제 테러의 위협이 몸까지 다가왔다”며 “테러 위협의 가장 큰 요인은 이라크 파병”이라고 말했다. 최 간사는 “우리는 평화재건부대라고 갔지만 이라크 사람들한테는 점령군으로 비친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한 뒤, “테러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이툰 부대의 임무가 끝나는대로 즉각 철군하고, 평화재건이 아닌 임무변경 등은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우석 박사가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를 개발했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소가 먹으면 안될 것을 먹여 광우병이 발병하자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를 개발해야하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었다. 이라크 파병과 관련된 문제는 좀더 복잡한 방정식이겠지만, 이번 런던 테러를 계기로 ‘갈등의 불씨를 제거하는 것만큼 확실한 테러방지 대책은 없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 같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보협 이승경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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