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여부는
테크노마트의 출입 통제가 7일 오전 9시부터 해제되지만 입주 상인들의 불만과 걱정은 여전하다. 일단 긴급안전점검에서 구조적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이번 일로 불안감을 갖게 된 고객들이 이전처럼 테크노마트를 많이 찾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대피명령을 한 광진구청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들이 대피명령을 내린 광진구청이나 정부 쪽에 손실보상을 요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피명령은 지난해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근거를 둔, 정당한 행정처분이다. 이 법은 “재난을 예방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임을 확인하고,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이 법은 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대피명령에 불응하는 시민들을 강제로 대피시킬 권한까지 주고 있다. 즉 대피명령이 불법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는 성립되기가 어렵다.
물론 적법한 행정처분이었다 해도 그에 따른 ‘손실’을 보상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대피명령은 손실보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행정재판 경험이 많은 한 부장판사는 “공익을 지킬 목적으로 법적 근거를 갖춘 행정처분을 한 경우, 손실을 보상하라는 판결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며 “더구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손실보상 규정이 따로 없어,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손실보상 판결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도 “적법한 행정처분으로 ‘특별한 희생’을 당한 경우에는 손실보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지만, 이번엔 재난을 막기 위해 상인들이 참아내야 할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난 예방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어서 재산권이 일시 침해됐더라도 그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법원도 공유수면을 매립하는 간척 사업으로 어업권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어민들에게 손실보상을 인정한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는 손실보상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테크노마트 건물 자체에 하자가 있었거나, 광진구청의 대피명령에 절차상 흠결이 있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정당한 처분에 대한 손실보상’에서 ‘과실 또는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법리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장판사는 “위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은 비교적 손쉽게 인정되기 때문에 그런 경우라면 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건물 자체에 하자가 있을 경우, 현실적으로 손해가 난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건물 완공 시기가 언제이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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