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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매매 계’ 거부하다…구타 없애려다 ‘기수열외’

등록 2011-07-06 20:25수정 2011-07-07 10:01

잘못된 관행 바꾸려다 ‘왕따’ 당하기 일쑤
“국방 옴부즈맨과 같은 외부 감시체계 필요”
올해 초 해병대 사병 복무를 마치고 부사관이 된 ㄱ아무개 하사는 해병대에서 행해지는 악습을 고치려다 ‘기수열외’ 대상자로 찍혀 부대원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ㄱ하사는 부사관으로 배치된 뒤 후임병이 선임병의 구두를 닦고, 군복을 다리고, 라면을 끓여주는 관행을 금지하고 청소도 구역을 나눠 선임병과 후임병이 공평하게 하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선임병들이 반발했고, 얼마 뒤부터는 제대를 앞둔 한 병장이 그를 기수열외 대상자로 지목했다. 사병들은 부대장 앞에서는 ㄱ하사에게 공손히 대했지만, 부대장이 없을 때는 ㄱ하사에게 반말과 욕설을 하는 ‘하극상’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9월 해병대 ㄴ아무개 상병은 ‘성매매 계’ 가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기수열외 대상이 됐다. 성매매 계는 부대원이 휴가를 나갈 때 성매수를 할 수 있도록 동료 부대원들이 한 사람당 1만원에서 3만원씩을 모아서 주는 것이다. 여자친구가 있었던 ㄴ상병이 성매매 계에 가입하라는 선임병의 요구를 계속 거부하자 부대원들은 ㄴ상병을 향해 “고자 아니냐”며 비아냥거리고 욕설을 하는 등 못살게 굴었다.

해병대 ㄷ아무개 병장은 상병에서 병장으로 진급하자마자 다른 병장들에게 구타를 줄일 것을 요구했고, 다른 병장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기수열외 피해자가 됐다. 해병대 ㄹ아무개 병사는 선임병의 구타행위에 대해 윗선에 소원수리를 했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에는 이런 해병대 기수열외 피해 상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발생한 해병대 총기참사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기수열외가 해병대 내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정황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군인권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부대 안의 가혹행위를 외부에 알리거나 구타 등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다가 기수열외 대상이 돼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맞아도 참는 게 남자’라는 왜곡된 마초이즘(남성우월주의)이 해병대 정신으로 여겨지고, 이를 깨는 행위는 곧 해병대를 와해시키는 것이라는 인식이 만들어낸 것이 바로 기수열외”라며 “기수열외라는 악습이 있는 한 해병대 내의 부적절한 관행은 고쳐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기수열외 피해 상담이 들어와도 외부에 알릴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나중을 위해 녹음을 하거나 참고 견디라고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군을 외부에서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회 안에 독립적인 기구인 ‘국방 옴부즈맨’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처럼 외부 감시기관을 통해 군대 내 여러 가지 인권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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