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찍은 윤흡 씨 가족 사진. 뒷줄 윤씨 부부와 앞줄 왼쪽부터 둘째 시원(25)씨, 셋째 솔(16)양, 모친 고 강옥례 씨, 첫째 우람(26)씨. 윤흡 씨 제공
모친상 부의금으로 ‘장애어린이 기금’ 만든 윤흡·김수경씨 부부
“재물은 사회 것” 평생 나눔생활
‘한부모가정공동체’ 만드는게 꿈
“하회탈 닮은 얼굴로 살고 싶어”
“재물은 사회 것” 평생 나눔생활
‘한부모가정공동체’ 만드는게 꿈
“하회탈 닮은 얼굴로 살고 싶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손길은 따뜻하고 포근하죠. ‘어머니의 손길 기금’은 그런 의미로 만들었습니다.”
윤흡(56)·김수경(48)씨 부부는 지난 5월29일 어머니 강옥례(103)씨를 여의었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젖어 있던 윤씨 부부는 장례를 치른 뒤 지인들로부터 들어온 조의금 1억891만원을 1200여명의 조문객 이름으로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추모기금의 이름은 ‘어머니의 손길 기금’으로 정했다.
전기통신 분야 중소기업인 ‘한백’을 운영하는 윤씨는 “생활이 넉넉한 형편이라 조의금을 받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이왕이면 그 분들이 우리 사회 나눔 문화에 관심을 갖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평소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고 나눔을 실천하셨던 어머니의 마음을 기려 ‘어머니의 손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 기금은 앞으로 아름다운 재단의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윤씨의 기부는 젊은 시절 우연히 얻은 부동산 이익으로부터 시작됐다.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전기공 일을 시작했다는 윤씨는 “30대 시절 장인의 권유로 모아둔 월급을 털어 산 땅의 일부가 도로로 개발되면서 땅 값이 몇 배나 뛰는 이익을 봤다”며 “어머니, 아내와 상의한 끝에 이익금 6800만원 전액을 성당의 어려운 청소년 돕기 사업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당시 어머니와 아내, 두 아들과 방 2개짜리 전세를 살고 있었던 윤씨는 새 집은 고사하고 세금을 내느라 살림이 더 어려워지기도 했다. 윤씨는 “나한테 모여있는 재물은 내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과 2009년에도 지역 풀뿌리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아름다운 재단에 각각 3억원과 1억원을 기부한 윤씨의 꿈은 ‘한부모 가정을 위한 다세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한부모 가장들이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고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느껴왔다”며 “20~30세대가 살 수 있는 다세대 주택을 지어 공동으로 밥을 먹이고, 돌보고, 가르치면서 한부모 가장들이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그런 공동체를 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윤씨는 “최근 시작한 해외사업이 자리를 잡는대로 빠르면 2~3년 안에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윤씨는 최근 작은 소망이 하나 더 생겼다. ‘하회탈’처럼 되는 것이다. 윤씨는 “하회탈을 보면 나도 늙어서 저런 얼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나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데 삶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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