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후원받는 대학생 1103명 분석해보니…
수도권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주원(가명)씨에게 3학기 동안의 학교생활은 ‘최저임금’과 ‘학자금 대출’ 위를 걷는 외줄타기였다. 월세 내기도 빠듯한 집안 형편상 아르바이트는 ‘의무’였다. 수업과 일을 병행하려던 김씨가 갈 곳은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밖에 없었다. “항상 최저임금이었죠. 그 이상은 꿈도 못 꾸고요. 그래도 패스트푸드는 대기업이 해서 그런지 최저임금이라도 잘 지켜주더라고요.”
수업 끝난 뒤 매일 저녁 4시간씩 일한 김씨는 한 달에 30여만원을 손에 쥐었고, 20만원이 그의 생활비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조별 과제에서 빠질 때면 “친구들에게 눈치가 보이면서도 일 안 하고 공부만 하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지난 3월 군을 제대한 그는 현재 한 사무실에서 사무보조로 하루 8시간 일해 한달에 100여만원을 벌고 있다. 일부는 집에 생활비로 보태고 나머지는 2학기 등록금에 쓸 생각이다. 김씨는 “등록을 해도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계속해도 답은 안 나오고 차라리 휴학하고 돈을 벌며 공무원 준비나 할지, 학자금 대출을 계속 받아 빨리 졸업해 취업을 해야 할지 결정을 못 하겠어요.”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중인 이은지(가명·여)씨는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가 잘 구분이 안 간다”고 말했다. 2007년 수시합격 뒤부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그는 1학년을 다니고 1년 휴학하며 카페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은 뒤 2학년을 다녔다. 지난해 2학기 다시 휴학을 한 이씨는 현재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등록금을 벌고 있다. 1년을 일해 모은 돈으로 1년 학교를 다니는 셈이다.
둘은 ‘함께일하는재단’과 ‘지(G)마켓’이 5월부터 7월까지 매달 10명씩 등록금 200만원을 지원하는 ‘대학생 학자금 후원’사업 중 5월에 선정된 대학생들이다. 대학생들의 현실은 5월 이 사업에 전자우편으로 신청서를 낸 1103명 학생들의 유형을 분석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함께일하는재단은 “신청자들을 분석한 결과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재학생은 9.8개월, 휴학생은 6.1개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고 12일 전했다.
신청자들 가운데 58%(640명)가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한달 평균 37만7977원의 소득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생의 한달 평균 소득은 35만2282원, 휴학생은 56만5800원으로 조사됐다. 지원자들의 평균 한학기 등록금은 347만6000원으로, 한달 평균 소득을 고려했을 때 재학생은 10개월, 휴학생은 6개월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는 학생은 전체의 63%였다.
함께일하는재단 김주영 청년지원팀 책임컨설턴트는 “조사 결과 재학생이 수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 등록금을 마련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학생들이 학업을 일시 중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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