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자신의 초상화를 들고 웃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검찰청 대강당을 호텔처럼 새단장해 퇴임식
역대총장 사진도 초상화로 바꿔 ‘반열 격상’
역대총장 사진도 초상화로 바꿔 ‘반열 격상’
13일 김준규 전 검찰총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한 부장검사는 대검찰청 15층에 들어서며 적잖이 놀랐다고 했다. 어둡던 휴게실, 물품 보관함이 놓여 있던 로비 공간이 탁 트인 호텔 라운지처럼 리모델링돼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층에 있는 대강당도 어둡던 벽면 패널 등이 깔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몇 해 전 대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그는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곳을 이렇게 바꿔놓은 사람은 김 전 총장이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연거푸 치른 국제검사협회 총회·세계검찰총장 회의 등 국제 행사에 필요하다며 1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인테리어와 공간 배치를 싹 바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들 회의는 대부분 삼성동 엑스포에서 열려, 이곳은 몇몇 외국 검찰총장을 잠시 접대하는 장소로 몇차례 쓰였을 뿐이다. 인테리어를 고친 뒤 이곳에서 치른 가장 큰 행사는 김 전 총장의 퇴임식이었다.
리모델링에 앞서 김 전 총장은 대강당에 걸려 있던 역대 검찰총장들의 사진 수십점도 모두 초상화(유화)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빈소에 놓이는) 영정 사진 같다. 미국처럼 바꿔보라”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생존해 있는 역대 총장들과 작고한 역대 총장의 유가족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한 뒤 초상화로 바꿔 거는 작업이 벌어졌다. 우리나라에서 물러난 뒤 초상화를 남기는 자리는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정도인데 그 ‘반열’에 검찰총장도 오르게 된 것이다. 전임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소장·재판관 등은 모두 사진 한장씩만 남기고 있다.
그리고 13일 김 전 총장은 퇴임식에서 ‘선배’들 곁에 나란히 걸릴 자신의 초상화를 미리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잘못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던졌다가 돌아온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김 전 총장에게 초상화를 보여주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검찰 간부는 “김 전 총장은 ‘스타일리스트’로 소문난 분답게 인테리어 등 눈에 띄는 겉모습에 많은 신경을 썼지만, 수사는 물론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서도 업적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며 “외화내빈이란 말이 자꾸 떠오른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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