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던’ 미혼남, 포털 ‘스폰 만남’ 카페에서 여성 11명 꼬여내
성관계 후 거짓말로 돈 포기하게 해…“새로운 성매매 온상 확인”
성관계 후 거짓말로 돈 포기하게 해…“새로운 성매매 온상 확인”
경제적으로 부유한 남성이 여성과의 정기적인 성관계를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이른바 ‘스폰 만남’. ‘스폰 만남’을 주선하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명품 핸드백과 돈을 주겠다”며 1년 사이 11명의 여성을 꼬여낸 20대 회사원이 구속돼 재판을 받게 됐다.
인천의 한 제조업체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던 주아무개(27)씨는 이성에게 인기가 없는 처지를 비관하던 중 인터넷 채팅을 통해 온라인 ‘스폰 만남’ 카페의 존재를 알게 됐다. 평소 외모·학벌·경제력 등이 없이는 여성을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하던 주씨는, ‘스폰 만남’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업무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의 명의를 도용해 인터넷 포털 ‘스폰 만남’ 카페에 가입한 주씨는, 그 뒤로 강남 명품 가게 주인, 의류 점포 주인 등으로 행세하며 ‘스폰 만남’의 대상을 찾았다. 그가 내건 조건은 ‘월 3~4회 성관계의 대가로 150~250만원과 명품 핸드백을 주겠다’는 것. 지난해 6월부터 지난 4월까지 10여 개월 동안 그의 제안에 응한 여성은 모두 11명이었다.
그러나 주씨가 받는 급여는 월 150만원 정도였다. 주씨는 11명의 여성 모두와 한 차례 이상 성관계를 가졌지만 단 한 번도 약속한 돈을 건넨 적은 없었다. 함께 들어간 모텔 앞으로 차를 가져오겠다던가, 잠시 친구를 만나고 들어오겠다는 식으로 도망치곤 했다. 이 같은 일이 수차례 반복되면서 주씨는 대담해졌다.
그는 지난해 9월 스폰 계약을 맺고 성관계를 가진 한 여성한테는 “몸의 흉터(군대에서 난 상처)는 조직폭력배와 싸우다 난 것이며, 마약을 투약한 나와 성관계를 했기 때문에 네 몸에서도 마약 성분이 검출된다”고 위협해 돈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했다. 주씨는 여성들에게 줄 스폰비를 떼어먹은 것도 모자라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갖고 있다고 협박해 200만원을 받아내는가 하면, 성관계 후 잠든 여성의 지갑에서 30만원을 꺼내 도망친 적도 있다.
주씨는 또 상대 여성과의 성관계를 추억으로 남길 생각에, 상대방 여성의 이름과 연락처, 만난 일시와 장소, 성관계 후의 느낌 등을 후기로 적고, 여성이 잠든 사이 찍은 나체 사진과 함께 자신의 컴퓨터에 보관까지 해왔던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19일 여성을 속여 성관계를 갖고 약속한 돈을 주지 않은 혐의(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주씨를 구속 기소했다. 지난 5월 한 여성의 진정으로 시작된 수사의 결과였다. 검찰 관계자는 “인터넷 스폰 카페가 성매매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한 사건”이라며 “한국의 ‘성 모럴 헤저드’가 여실히 드러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이 확인한 11명의 피해 여성은 대부분 정상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대학에 재학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청년 백수’로서의 경제적 어려움 또는 유흥·명품구입·성형수술비 마련 등의 이유로 주씨와 ‘스폰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검찰은 이들 여성들이 피해자임을 감안해 성매매 혐의에 대해서는 불입건 처리했다. 검찰은 또 이들 카페 운영자들이 회원들의 성매매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이들 스폰 카페의 폐지 및 개설 금지를 포털사이트에 당부할 방침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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