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경찰! 사복을 입은 경찰이 19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기자들 사이에 섞여 채증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불법채증 비판 목소리
경찰청 예규로 정해 ‘비공개’…통제장치 없어
“집회·결사 자유 위축…법률로 제한해야” 지적
경찰청 예규로 정해 ‘비공개’…통제장치 없어
“집회·결사 자유 위축…법률로 제한해야” 지적
경찰이 합법·불법을 막론하고 집회·시위 참가자의 사진을 촬영한 뒤 영상판독 시스템에 입력해 관리해온 사실(<한겨레> 7월19일치 1면)이 알려지자, 법학자·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경찰의 불법 채증이 중단돼야 하며, 채증 행위에 대한 법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일 ‘합법 집회가 불법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 합법 집회에서도 채증한다’는 경찰의 주장에 대해 “이는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범죄 혐의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사진을 찍고 저장하는 것은 중대한 개인정보 침해이자 초상권 침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1999년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현재 범행이 행해지고 있거나 행해진 직후이고, 증거 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을 경우에만 영장 없는 사진촬영을 허용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경찰이 채증 기준과 방법 등을 명백히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논란이 되는 채증 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쪽은 경찰”이라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정보를 제공해야 경찰의 법 집행에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채증 행위를 경찰청 예규인 ‘채증활동규칙’에 근거해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3급 비밀로 지정돼 있어 국민들이 열람할 수 없다. 경찰은 <한겨레>와 시민단체들의 영상판독 시스템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채증 행위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독일의 경우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채증 사진 촬영은 공공의 안전과 질서에 현저한 위험이 있을 때, 먼거리에서만 촬영이 가능하고 채증 자료의 보존기간도 2개월 이내로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해놓아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류제성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긴급하지 않은 경우의 채증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게 해야 하며, 채증 사진의 촬영 기준과 보존기간도 역시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불법 채증 사진에 대해서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증거물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며 불법 채증을 근절하기 위한 법원의 역할도 강조했다.
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자신의 사진을 경찰이 찍고 저장해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집회 참가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인 만큼 불법 채증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이날 논평을 내 경찰의 불법 채증과 채증 사진 데이터베이스 보관 중단을 촉구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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