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원북면의 화력발전소 부근 바다에서 발견된 유물들. 경찰이 회수한 ‘승자총통’은 임진왜란 때 사용된 휴대용 화기로 보물 제855호인 ‘차승자총통’(1588년 제작)보다 5년 앞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제공
‘승자총통’ 등 도굴혐의 7명 입건
문화재청, 인근서 117점 더 찾아
문화재청, 인근서 117점 더 찾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보물급 문화재인 ‘승자총통’(勝字銃筒) 등 바닷속에 묻혀 있던 유물을 도굴해 팔려고 한 혐의(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오아무개(43)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유물 16점을 회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수산물 유통업자 겸 잠수부인 오씨 등 7명은 2009년 11월 충남 태안군 원북면에 있는 화력발전소 부근 바다에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착용한 채 들어가 불법으로 해삼을 채취하다 승자총통과 고려·조선시대 청자 접시 등 유물 16점을 발견해 도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련법은 매장 문화재를 발견할 경우 임의로 발굴하지 말고 문화재청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도굴한 승자총통이 보물급 문화재인 것을 확인하고 문화재 매매업자들에게 5억원을 제시하며 판매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며 “하지만 경찰에 발각될 것을 우려한 매매업자들이 구입을 하지 않아, 최근까지 경기도 평택에 있는 수산물 가공사업장과 자신들의 집 장롱 등에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가 덜미가 잡혔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해삼을 따다가 바다 밑에서 유물을 발견했다”며 지인을 통해 문화재청에 신고하고, 자신들의 도굴 사실은 숨기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주변 바다에서 청자접시 등 117점을 발굴했다.
승자총통은 조선전기에 제작돼 임진왜란 때 사용된 휴대용 화기로 차승자총통 등 3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문화재청 감정 결과 이번에 발견된 승자총통은 몸통에 “만력 계미 십월일(萬曆 癸未 十月日)이라는 글귀가 있어 1583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과 문화재청은 “보물 제855호인 차승자총통(1588년 제작)보다 5년이 앞서는 것으로 역사적 가치가 큰 중요한 유물”이라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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