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졸림 의한 질식사 명백” 국과수·서울대 교수 증언
“넘어진뒤 자세 나빠 질식” 캐나다 박사 반박 의견
“넘어진뒤 자세 나빠 질식” 캐나다 박사 반박 의견
21일 저녁, 만삭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기소된 소아과 의사 백아무개(31)씨의 세번째 공판이 열린 서울 서부지방법원 303호(제12형사부 재판장 한병의) 증인석 앞에 외국인이 섰다. 백씨의 변호인 쪽이 증인 신청한 캐나다의 법의학자 마이클 스벤 폴라넨 박사(토론토대 법의학센터장)였다. 검찰 쪽은 이제 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박재홍(40) 법의관과 서울대 의대 이윤성(58)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백씨의 아내 박아무개(29)씨의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캐나다 법의학자와 국내 법의학자들 사이에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박씨가 사망한 당시 목격자나 시시티브이(CCTV)가 없었고, 남편 백씨가 살해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박씨의 사망원인은 이번 사건의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다. 의사인 피의자 백씨마저 두 집안 가족들이 방청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법의학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공판에서 검찰은 “숨진 박씨의 사망원인은 목 부분의 피부 까짐과 출혈 등을 볼 때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액사)로, 남편 백씨가 살해한 것”이라고 했고, 백씨의 변호인 쪽은 “박씨가 욕실에서 미끄러져 뇌진탕 등의 충격을 받고 욕조에 쓰러진 채 기도가 막혀 질식사했다”고 팽팽히 맞서왔다.
수사기록과 부검 감정 결과를 분석한 폴라넨 박사는 “욕조 안에서 목을 심하게 굽힌 자세는 전형적인 이상자세 질식사인가”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 일반적인 형태다”라고 답하며 “(숨진 박씨의) 목 주위에서 발견된 출혈 등의 증거만으로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목 부분의 출혈은 시반(사람이 죽은 뒤 주검에 생기는 자줏빛 반점)성 출혈로도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씨를 직접 부검했던 박재홍 법의관은 사망원인을 묻는 검찰과 변호인의 질문에 “숨진 박씨의 목에서 발견된 피부 까짐과 출혈은 죽기 전 상처로 판단되며, 목졸림에 의한 사망의 근거가 된다”며 “목졸림에 의한 사망이라는 부검 감정 결과에 대해서 국과수의 모든 연구원들이 동의했다”고 답했다. 서울대 이윤성 교수도 “박씨의 출혈과 몸에서 발견된 멍은 죽기 전 다툼을 암시할 수도 있다”며 “이상자세로 질식사했다면 그 자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만취 상태, 약물중독 등의 원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반성 출혈이라면 중력의 영향으로 몸 가장 아래쪽에 생겨야 하는데 이 경우는 맞지 않다”고 변호인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변호인 쪽은 “백씨가 아내를 살해하고 주검을 욕실로 옮겼다면 핏자국이 집에서 발견돼야 하는데 발견되지 않았다”며 “박씨가 하시모토 갑상선염을 경미하게 앓고 있었고, 사망 전 헤모글로빈 수치도 낮아 약간의 빈혈증상도 있어 갑자기 쓰러질 수 있지 않느냐”고 검찰 쪽 증인들을 몰아붙였다.
이날 오전에 시작된 공판은 검찰과 변호인 쪽의 공방이 이어지며 밤 9시30분께에 끝났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11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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