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진단 거친뒤 최장 15년 약물치료 명령
안전성 검증 안돼 “졸속 추진” 우려 목소리
안전성 검증 안돼 “졸속 추진” 우려 목소리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력 범죄자에게 약물을 투입해 비정상적인 성욕을 억제하는 이른바 ‘화학적 거세’가 24일부터 시행된다. 조두순·김수철·김길태 사건 등 끔찍한 아동 성폭행 사건이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단죄 여론이 입법으로까지 이어진 셈인데,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로 시행되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을 보면, 16살 미만의 아동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19살 이상의 성인 중 성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성도착증’ 환자가 약물치료의 대상이 된다. 약물치료는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을 거쳐 검사가 청구하게 되며, 법원은 실형을 선고할 경우 최장 15년까지 치료 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할 때에는 약물치료 명령을 선고할 수 없다. 또 선고 시점에 약물치료 명령을 받지 못한 수형자라도 가석방 요건을 갖추고 치료에 동의하면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 뒤 검사의 청구를 통해 법원이 치료명령을 결정할 수 있다.
치료에 주로 사용될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는 황체형성호르몬의 분비를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해 성적 충동이나 환상을 줄이고 발기력을 떨어뜨린다. 현재 전립샘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데 “부작용이 충분히 검증됐으며 치료가 종료되면 즉시 성기능이 원상회복된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또 재범 방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의 심리치료도 병행된다. 연간 1인당 치료비용은 약물치료 180만원, 부작용 검사 50만원, 심리치료 270만원 등 약 500만원이다. 원칙적으로 국가가 부담하지만 자발적으로 치료를 요구할 때에는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성도착증 환자를 판별하는 도구나 인력, 심리치료 전문가 등이 턱없이 부족하고 약물치료의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아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가석방을 목표로 한 수형자에게 약물치료가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특정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강력한 성분으로 아직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전문 인력도 많이 부족하다”며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급하게 입법이 추진됐는데 법원이 신중하게 치료명령 선고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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