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버스운전사에 ‘탑승자 명단 달라’ 압박
부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와 관련해 부산시와 부산 영도구가 30일로 예정된 3차 희망버스의 부산 방문 반대운동을 적극 뒷받침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이 2차 희망버스를 운행한 운전사들에게 신상정보를 캐묻는 등 압박감을 준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부산시와 경찰이 3차 희망버스를 저지하려고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야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있는 영도구의 자치행정과 직원 두 명이 지난 15일과 21일 11개 동의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 행정담당과 동장에게 보낸 2건의 전자우편을 공개했다. 전자우편에는 “30일로 예정된 3차 희망버스를 반대하는 현수막 문안을 보내니 참고해서 개성 있게 제작하라”, “보내드린 탄원서를 보고 동별 1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22일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이 있다.
또 펼침막 문안 8개,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크레인 점거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탄원서와 서명 명부 등도 전자우편으로 보냈다. 영도구 곳곳에는 영도구가 보낸 문안을 담은 펼침막이 주민자치위원회 이름으로 내걸려 있다.
지난 18일 고윤환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16개 구의 부구청장들과 함께 한 회의 자료에는 한 참가자가 “한진사태 희망버스(7/30~7/31). 터미널 현수막”이라고 쓴 메모가 확인됐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 12~13일과 19~20일 2차 희망버스 운전자 65명한테 전화를 걸어 계약자와 계약기간, 운임, 출발 지역 등 계약 내용을 캐물었다. 전화를 받은 운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손해배상 운운하며 20여분 동안 계약자 명단을 달라고 했다”며 “운전자로서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2차 희망버스 수사와 관련해 확인하려는 목적이었을 뿐이며, 운전자들을 형사처벌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민병렬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위원장은 “부산시와 영도구가 희망버스 반대운동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희망버스와 관련한 회의를 하거나 구청에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영도구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주민자치위원장 몇 명이 개인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도와줬을 뿐이며 조직적으로 지원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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