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물증 확보’ 가능성…기자는 혐의 부인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도청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장아무개(32) <한국방송> 기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수사 대상자인 장 기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23일 소환해 저녁 6시30분부터 자정까지 조사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장 기자가 도청과 노트북·휴대전화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찰이 지난 8일 장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미뤄, 경찰이 장 기자의 혐의와 관련한 ‘물증’을 확보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의 수사 사항을 바탕으로 장 기자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고 있다”며 “조만간 장 기자를 재소환해 도청과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장 기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기 전, 최고위원회의 녹취록을 처음 공개했던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의 보좌관들과 장 기자 사이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조사해 도청 의혹이 제기된 시점 전후 이들의 행적을 집중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내역을 분석중인 경찰은 “한 의원 쪽 대상자들을 조만간 소환해 문건을 전달받은 경위 등을 조사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경찰은 거대 방송사와 여당 의원이 동시에 관련된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좀처럼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경찰은 출석 요구 시한을 하루 넘긴 지난 14일 밤 장 기자를 처음 불러 2시간 남짓 조사를 했지만 “취재활동을 했을 뿐 도청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진술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한 의원에게도 소환을 통보했지만 한 의원 쪽에서 응하지 않고, 거듭된 출석 요구에도 명시적 답변이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경찰이 통화내역 조회 등을 통해 장 기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만큼, 향후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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