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탈세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유명로펌 2곳에 ‘전관 변호사들’까지…
수사·재판과 수사강도 조절
정규전·비정규전 역할 나눈듯
수사·재판과 수사강도 조절
정규전·비정규전 역할 나눈듯
25일 검찰이 ‘선박왕’ 권혁(61) 시도상선 회장을 불러 조사한 가운데 ‘전관 변호사’들을 대거 동원한 권 회장의 대응이 이목을 끌고 있다. 탈세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권 회장은 국내 유명 로펌 두 곳을 자신의 변호인으로 정식 선임했다. 또한 검찰 최고위급 출신 전관 변호사들에게 수억원을 제공했다는 메모까지 발견됐다. 선박왕으로 불리는 권 회장이 뭐가 그리 다급했던 것일까?
이번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성윤)는 우선 국세청이 고발한 8000억~9000억원대 세금 탈루 혐의를 기본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4월 권 회장이 탈세를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거주하며 사업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보고, 역대 최고액인 4101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바 있다. 여기에 검찰은 권 회장이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체와 선박건조 계약을 맺으면서 리베이트를 받아 90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잡고, 해당 조선소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망을 좁혔다.
권 회장은 자신이 가진 것을 ‘한방에’ 날릴 수 있는 검찰 수사에 극도의 부담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권 회장 사건에 정식으로 선임계를 낸 변호인만도 무려 15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계좌추적·출국금지·압수수색·소환조사 등 검찰의 수사 절차 곳곳에 포진해 권 회장의 ‘주문사항’을 관철시키려 애썼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 과정에 역할 분담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 회장이 ‘수사·재판 과정의 정규전’을 위해 김앤장·원 등 국내 유수의 로펌을 선임하고, 전관 변호사들에겐 전화를 통한 수사 강도의 조절 등 ‘비정규전’에서의 역할을 기대했으리라는 관측이다.
이날 오후 1시50분께 검찰청에 나온 권 회장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리베이트 부분은) 검찰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권 회장을 상대로 수천억원대의 역외 탈세와, 국내에 선박 건조를 발주하고 보험에 가입하면서 뒷돈을 받는 형식으로 9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권 회장이 지병에 따른 통증을 호소해 5시간여 만에 조사를 끝낸 검찰은 권 회장을 한두 차례 더 불러서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노현웅 김태규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