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학교 교사, 땅을 소개한 부동산 업자, 살던 집 주인, 사건을 수사한 검사, 판결을 내린 판사 등을 지난 12년 동안 126차례에 걸쳐 239명을 고소한 법학 석사 출신의 상습 고소꾼이 무고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부장 추일환)는 “인접도로가 없는 맹지인 사실을 알리지 않고 땅을 사도록 소개했다”며 부동산 중개업자 양아무개(49)씨를 고소한 김아무개(42)씨를 무고 혐의로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구속된 김씨는 양씨가 이미 그 땅이 맹지라는 사실을 알려줬지만, 이를 듣지 못했다고 우겨 양씨를 12차례나 고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유명 사립대 법학 석사에 한때 법무사 사무소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자신의 법적 지식을 활용해 고소를 남발하며 주변 인물들을 괴롭혀 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99㎡짜리 단독주택을 사면서 집값 1억7800만원 가운데 6000만원만 내고 나머지 금액은 집 수리를 이유로 내지 않고 버티며 살았다. 집주인이 김씨에게 돈을 갚으라고 욕설을 하며 독촉하자, 김씨는 집주인을 모욕죄로 6차례 고소하고 수사를 받은 집주인이 부담을 느끼자 고소를 취하해주는 대가로 집값을 깎았다.
김씨는 또 자신의 딸 학교 누리집에 딸의 학습 태도를 부정적으로 썼다는 이유로 글을 쓴 교사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상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심지어 김씨는 사건 조사와 판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담당 경찰과 검사, 판사에 대해서도 직무유기를 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했다.
북부지검 쪽은 “김씨는 일반 사람들이 고소를 당해 경찰이나 검찰에서 조사를 받게 되면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 고소를 남발한 만큼 죄질이 나빠 구속했다”며 “법적 지식을 악용한 전형적인 상습 고소꾼”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