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에서 흘러내린 토사와 뿌리 채 뽑힌 나무 등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 남부순환로를 뒤덮고 있다. 뒤쪽 도로 한가운데 버려진 승용차 등이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폭우 피해 이모저모
연세대 새천년관 수업 중단
토사 유입… EBS 방송중단 사태
트위터 등 실시간 정보공유 ‘위력’
연세대 새천년관 수업 중단
토사 유입… EBS 방송중단 사태
트위터 등 실시간 정보공유 ‘위력’
서울과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27일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직장인들은 출퇴근길에 큰 곤욕을 치렀다. 꽉 막힌 길에 지하철 등 대중교통까지 침수로 일부 통제되면서 지각 출근자가 많았고, 강남 일부 지역은 정전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 출근 포기 속출 이날 트위터에는 “출근 포기했어요”, “퇴근 포기해야 하나요” 같은 글들이 수시로 올라왔다. 통근버스를 타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회사에 출근하던 길아무개(33)씨는 버스에서 4시간 넘게 보내다 출근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길씨는 “오전 8시께 지하철 7호선 내방역, 강남 쪽으로 가는 길이 물바다여서 기사님이 4시간 넘게 이곳저곳을 헤매다 결국 방법을 찾지 못해 예술의 전당에서 멈췄고, 버스에 탄 사람들 대부분이 집으로 돌아갔다”며 “내일 출근도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이아무개(30)씨는 “힘들게 출근했던 동료들 가운데 집에 물이 찼다는 연락을 받고 황급히 돌아간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온종일 쏟아지는 폭우에 일부 회사에서는 직원들을 오후 4~5시에 일찍 퇴근시키기도 했다.
이날 오전 트위터에는 “우리 회사에서는 폭우 때문에 오전에 출근하지 말라고 연락이 왔다”, “회사에서 재택근무하라고 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왔고, “우리 회사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부러움 섞인 글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서울 신촌의 연세대에서는 새천년관 1층 복도와 일부 강의실에 물이 들어차 계절학기 7개 과목 수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대는 교내 연못인 자하연의 물이 넘치고, 주변 도림천이 범람해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 반바지·슬리퍼 출근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나 장화를 신고 출근길에 나선 사람들도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강남으로 출근한 30대 직장인은 “아무래도 좀 겸연쩍었는데 동료들은 시원하고 간편해서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직장 상사가 보기 전에 양복으로 갈아입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의 한 회사에 다니는 박아무개(33)씨도 “직장 동료들 중에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출근해 가방에 싸온 양복으로 갈아입는 사람들도 꽤 됐다”고 전했다. 원피스와 슬리퍼를 신고 회사에 출근한 노아무개(32)씨는 “원래 내려야 할 정류장에 물이 차서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고 정강이까지 물이 잠긴 횡단보도를 건넜다”며 “평소 45분이면 도착했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고 했다. 이날 저녁 트위터에는 “우리 회사도 내일은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출근하면 좋겠다”, “내일 출근할때는 수영복 지참해야 하나” 같은 다음날 출근에 대한 걱정이 이어졌다.
■ 폭우에 울상 일부 지역의 전기가 끊기며 엘리베이터 가동이 중단되거나, 도로 사정으로 음식 공급 등이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초구 방배동의 한 고층 아파트는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비상전화마저 안 돼 안에 있던 주민들이 30여분 동안 불편을 겪었다. 서초구 서초동의 한 고층 아파트 관리실 관계자는 “비상전력으로 엘리베이터는 돌렸지만 정전이 계속돼 카드키를 사용하는 분들은 출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날 폭우로 직장인들은 대부분 구내식당이나 가까운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했지만,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은 식재료 공급 업체가 배송을 하지 못해 직원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 종로구의 회사원 이아무개(24)씨는 “구내식당에 사람이 많아 중국음식을 시켰는데 1시간30분이나 걸렸다”며 “중국집도 주문이 폭주해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고 했다. 택배 등 배송 서비스도 차질을 빚었다. 퀵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운송은 가능하지만 일부 도로가 통제돼 평소보다 30분에서 1시간이 더 걸린다”고 전했다.
■ 예술의 전당·이화장 피해 우면산 산사태로 서초동 예술의 전당도 일부가 침수되고 흙이 쌓이는 피해를 봤다. 예술의 전당은 모든 전시장과 예술의 전당 아카데미 등을 휴관하고,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인 연극 <쉬반의 신발> 공연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콘서트홀과 리사이틀홀의 공연, 토월극장의 ‘서울국제무용콩쿠르’는 예정대로 진행했다. 바로 옆 국립국악원은 전기실 침수로 정전돼 이날 예정된 모든 공연이 취소됐다. 교육방송(EBS)도 서초구 우면동 방송센터로 토사가 유입되면서 생방송과 일부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인 종로구 이화장(국가사적 제497호)도 본관 뒤편의 화단이 무너져 흙더미가 덮치는 바람에 건물 외벽에 구멍이 뚫리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이화장 전시실에도 토사가 밀려들어 전시중이던 식탁과 주방기구, 초상화 등 유품 수십점이 흙더미에 묻혔다. 조선 8대 임금 예종의 왕비 장순왕후 한씨의 묘소인 경기도 파주의 공릉 봉분 일부도 무너진 것으로 파악됐다. ■ 트위터의 힘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발빠르게 교통 상황과 침수 지역 정보 등을 공유했다. 트위터에는 “9시39분 현재 사당사거리 도로 침수”, “강남역 방향 우회하세요” 등의 글과 침수 사진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 ‘구글맵스’를 활용해 누리꾼들이 올린 정보를 모은 ‘폭우 피해 지도’도 등장했다. 지도는 클릭 한번으로 서울의 주요 침수지역의 사진과 교통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저인 종로구 이화장(국가사적 제497호)도 본관 뒤편의 화단이 무너져 흙더미가 덮치는 바람에 건물 외벽에 구멍이 뚫리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이화장 전시실에도 토사가 밀려들어 전시중이던 식탁과 주방기구, 초상화 등 유품 수십점이 흙더미에 묻혔다. 조선 8대 임금 예종의 왕비 장순왕후 한씨의 묘소인 경기도 파주의 공릉 봉분 일부도 무너진 것으로 파악됐다. ■ 트위터의 힘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발빠르게 교통 상황과 침수 지역 정보 등을 공유했다. 트위터에는 “9시39분 현재 사당사거리 도로 침수”, “강남역 방향 우회하세요” 등의 글과 침수 사진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 ‘구글맵스’를 활용해 누리꾼들이 올린 정보를 모은 ‘폭우 피해 지도’도 등장했다. 지도는 클릭 한번으로 서울의 주요 침수지역의 사진과 교통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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