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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계속되는 벼랑끝 농성 사람만이 희망이에요

등록 2011-07-31 20:33수정 2011-08-01 08:50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부산 시민들이 지난 30일 밤 부산역 앞에서 모여 ‘3차 희망버스 환영 문화한마당’  공연을 보고 있다.  부산/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부산 시민들이 지난 30일 밤 부산역 앞에서 모여 ‘3차 희망버스 환영 문화한마당’ 공연을 보고 있다. 부산/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희망버스서 만난 KTX·기륭전자 노조원들
“1000일 넘게 투쟁해오며 점점 잊혀진다는 위기감 고공철탑에 올라가게 해
우리 싸울때 농성장 찾아 격려의 힘 주신 분들 보며 희망 잃어버리지 않았죠”
30일 늦은 밤, ‘3차 희망버스’ 탑승객 중 1천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던 부산지하철 1호선 남포동역 인근 롯데백화점 앞. 인파에서 떨어진 인도 한 귀퉁이에 서 있던 젊은 여성 두 명은 누군가가 외친 “비정규직 철폐하자”는 구호를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부산 시민인 이들은 1천일 가까운 시간 동안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향해 ‘불법 외주화 철회, 직접 고용’을 외치던 전국철도노조 케이티엑스(KTX) 승무지부 여성 노동자들이다.

해고된 지 4년3개월이 흐른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은 “코레일은 해고 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이며, 이들이 복직될 때까지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농성장을 지켰던 34명은 여전히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의 항소로 오는 19일 2심 선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조바심내며 살았던 이들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재판장을 향해 “아직도 케이티엑스 승무원 유니폼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다는 그들의 바람은 여전히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해고 승무원인 서아무개(32)씨는 농성을 풀고 일상으로 돌아온 뒤 한 달간은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20대 초반,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해고노동자’가 내 이야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농성장을 지나던 시민들이 전단지를 받아주기만 해도 고마웠다. 다른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을 만나며 세상엔 힘들게 사는 이들이 참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승무원들보다 한해 앞서 ‘불법파견 시정과 해고 조합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 여성 조합원들의 사연이 그랬다. 구로공단 내 기륭전자에서 쫓겨나면, 또다시 파견직을 전전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에 이들의 투쟁은 절박했다. 그 절박함을 지난 2008년 94일간의 단식으로 알린 김소연(42) 분회장도 이날 부산에 있었다. 그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출발한 희망버스 31호차의 인솔자였다. 지난해 10월, 기륭전자 노조는 농성 1895일 만에 조합원 10명에 대한 정규직 복직을 회사 쪽으로부터 약속받았다. 그러나 김 분회장은 복직 예정일이 다가오는 게 되레 겁난다. 복직이 정말로 실현될지 아직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성은 끝났지만 김 분회장은 여전히 바쁘다. “다른 투쟁사업장에 못 가면 마음에 걸려요. 남의 일을 지켜보는 게 더 힘드네요.” 케이티엑스 승무원들도 늘 ‘미안함’에 시달린다고 했다. 특히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이들에게 각별한 존재다. 김 지도위원은 승무원들의 투쟁을 열심히 도왔다. “얼마 전 김진숙 지도위원 생일날 영도조선소를 찾았어요.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니까, 우리 재판 이야기를 하면서 챙겨주시더라고요. 더 미안했지요.”(남아무개씨)

김 지도위원처럼 케이티엑스 승무원들과 기륭전자 조합원들도 고공농성을 했다. 정부는 그들의 버팀목이 되지 못했고, 점거와 단식농성은 일상이 됐다. 세상에서 점점 잊혀진다는 위기감이 그들을 서울역 40m 조명철탑(케이티엑스), 서울시청 16m 조명탑과 구로역 35m 시시티브이(CCTV) 철탑(기륭전자) 위로 밀어올렸다.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이들에게 그래도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희망버스는 시민들의 고마운 마음이 모인 거니까 그 자체가 희망인 것 같아요.”(남아무개씨) “희망버스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바람이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열망을 민주노총이나 각 정당이 제도화시켜야 하겠지요.”(김소연 분회장)

부산/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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