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림마루 마감재 떨어져…구청, 신고받고도 나흘넘게 방치
보물 1호인 흥인지문(동대문)의 지붕 일부가 지난달 29일 내린 폭우에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는 관리원 2명이 24시간 상주하고 있었지만 관할 종로구청은 시민의 전화를 받고서야 이런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고, 문화재청에 보고하지 않은 채 나흘 넘게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종로구청은 흥인지문의 왼쪽 뒷부분 내림마루(지붕에서 추녀까지 이어지는 부분)의 일부(길이 1m·너비 70㎝)가 지난달 29일 폭우에 훼손됐다고 2일 밝혔다. 훼손된 내림마루는 마감재인 삼화토(진흙과 백토, 생석회를 1:1:1로 섞은 흙)가 떨어져나가 붉은 진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종로구청은 이날 오후 4시께 훼손된 내림마루에 삼화토를 바르는 보수공사를 마치고, 추가 훼손된 부위가 있는지를 점검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한 택시기사가 지난달 29일 오후 4시께 다산콜센터로 훼손 사실을 알려와 현장을 확인했지만, 폭우가 계속돼 보수하지 못했다”며 “이번 훼손은 건물 구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상적인 균열로 보수가 시급하지 않아, 날이 갠 2일 오후부터 보수공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흥인지문에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10대와 감지기 22대가 설치돼 있었으나, 훼손 부위를 비추는 카메라가 없어 관리원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 보고가 지연된 것과 관련해 “마감재가 부서진 경미한 사안이어서 보수공사를 끝낸 뒤 보고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종로구청의 부실시공과 늑장대처를 비판했다. 황 소장은 내림마루의 훼손이 “삼화토를 바를 때 백토와 생석회를 적게 섞어 균열이 생겼고, 이 훼손 이후 나흘 동안 비가 더 내려 진흙으로 만들어진 지붕에 빗물이 스며들었다”며 “종로구청에서 발견하자마자 비닐이라도 덮어 놓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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