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대비한다며 배수시스템 데이터도 없어
‘대규모 하수관 확충 계획’ 재원마련 방안도 아리송
‘대규모 하수관 확충 계획’ 재원마련 방안도 아리송
서울시가 이번 폭우를 계기로 도시방재의 근본 틀을 이상기후 대비 체제로 전환해 10년 동안 5조원으로 시간당 100㎜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게 바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원 조달 계획이 불확실하고, 기초 자료도 부실한 가운데 하수관거 확충에만 쏠린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도시방재 패러다임을 ‘이상기후 대비 체제’로 전환하고, 현재 시간당 75㎜ 용량인 하수관거 용량을 100㎜로 확대하는 등 수해방지 대책에 해마다 5000억원씩 10년 동안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수해방지 대책을 보면 △사당네거리 등 저지대 40곳의 하수관거 755㎞를 확충하는 데 2조1000억원 △하천 정비 및 빗물펌프장·빗물저류조 조성 등에 1조4400억원 △하수관거의 높낮이가 일정하지 않은 양천·강서지역 등 6곳의 지하에 대형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짓는 데 1조원 △산사태 방지와 반지하주택 관리에 4600억원을 들인다는 것이다. 이인근 서울시 도시안전본부장은 “간선하수관거 용량을 확대하려면 시내 곳곳에서 10년 이상의 공사가 필요하고 17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지만, 항구적으로 필요한 사업인 만큼 시민토론회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서울시의 하수관망도가 실제 현장과 많이 다르고, 배수시스템에서 뭐가 문제인지 기본 데이터도 구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하수관거를 늘리고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대형 빗물저류시설부터 만들겠다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하수관망도 자료를 철저히 구축하고 각 지역 특성에 걸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난관리기금에다 일반회계, 하수도특별회계를 모두 합쳐도 올해 3400억원 수준인 수해방재 예산을 시 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연간 5000억원으로 끌어올릴지도 의문이다. 고태규 서울시 하천관리과장은 “재난관리기금 700억원, 하수도특별회계 2000억원에 나머지 2300억원은 일반회계를 늘리거나 재정투융자기금에서 차입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시 일반회계의 수해방재 예산은 62억원이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보도자료를 내어 “재원 조달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며 “그간 전시성 겉치레 예산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오세훈 시장의 치적사업을 대폭 줄이고 수해방재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산림청도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산사태 피해와 관련해 이날 대책을 내놓았다. 오는 2013년부터 산사태로 무너진 토사가 빗물과 섞여 빠른 속도로 흘러내리는 토석류의 진행 방향과 피해 범위를 알려주는 ‘토석류 위험 예측 지도’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날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공개한 토석류 위험 예측 지도는 토석류가 산지 아래로 쏟아져내릴 때 경사가 급한 곳으로 진행된다는 가정 아래 이동 방향과 퇴적 위치를 예상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산림과학원은 지난주 산사태로 큰 피해를 당한 강원 춘천과 서울 우면산 일대에 시범적으로 이 방식을 적용해보니, 각각 63%와 42%의 예측력을 보였다고 밝혔다.
엄지원 전진식 기자 umkija@hani.co.kr
서울시 향후 5년 수해대책 예산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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