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도망가는데 안 쏘는 건 잘못”
조 청장 “일부 단체가 반대해도…”
조 청장 “일부 단체가 반대해도…”
조현오 경찰청장이 도주를 멈추지 않는 피의자에게 총을 쏠 수 있도록 한 ‘권총사용 매뉴얼’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조 청장은 9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단순 절도범인 피의자가 등을 보이고 도망간다고 총을 쏘면 안 되겠지만, 엽기 흉악범이 도망가는데 안 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일부 단체가 반대한다고 해서 경찰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당연히 수행해야 할 임무를 안 할 순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경찰청은 경고사격에도 계속 도망가는 흉악범에게 실제사격을 가능토록 한 ‘상황단계별 권총사용 매뉴얼’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총기 오·남용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경찰청은 애초 국가인권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의뢰한 검토 요청 결과를 반영해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조 청장이 이날 사실상 강행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현재 민변은 도망자의 ‘흉악범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자의적 잣대가 개입할 여지가 크다며 매뉴얼 도입을 반대하고 있고, 인권위의 최종 방침도 아직 경찰에 전달되지 않은 상태다.
조 청장은 “사회 현실상 총을 사용해서라도 제압해야 할 범죄가 일어나므로 경찰이 총을 휴대하고 다니는 것”이라며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경찰에게 주어진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임무 수행을 위해선 (총기 사용을) 기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매뉴얼 도입은) 총을 사용해야 할 때 사용하고 사용하지 말아야 할 때 사용하지 않도록 엄격한 규정을 만들겠다는 취지”라며 “그래야 ‘차라리 권총을 던져서 범인을 잡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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