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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수장의 ‘공안통치’ 공언…‘MB 레임덕’ 저지 속셈

등록 2011-08-14 21:04수정 2011-08-14 23:06

한상대 ‘종북세력 척결’ 취임사 파장
내년 총선·대선 앞두고 ‘정치적 중립성’ 해칠 우려
‘진보정당 후원금’ 등 노동·선거 사건도 압박 가능성
참여정부 때까지 축소됐던 공안부서 확대 점쳐져
“종북좌익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한상대 검찰총장의 취임사를 놓고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대선 선거사건 수사를 지휘할 총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점에서 그 발언 배경에 의구심을 쏟는 눈길이 많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한 총장의 발언이 우선 “대통령의 레임덕을 공안통치로 무마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총장은 2년 임기의 대부분이 이명박 대통령의 권력 누수기와 겹친다. 임기 말이 될수록 부정부패나 실정 등 이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비난과 공격의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정치적 상황을 돌파하는 방법으로서, 비판자들에게 종북이나 좌익의 딱지를 붙여서 안전한 ‘하산길’을 마련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들은 더 나아가 검찰의 이런 강경한 태도가 내년 총선과 대선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대형 공안사건이 빈발할 경우 진보적인 목소리가 움츠러들고, 우리 사회의 안보 정서가 최우선적으로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14일 “문구 그대로일 뿐 확대해석할 발언은 아니다”라며 “‘종북’이 전제돼 있다는 점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공안사범을 처벌하는 것은 검찰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그래도 한 총장으로서는 검찰을 ‘체제의 수호자’로 내세움으로써, 땅에 떨어진 검찰의 위상을 다시 한번 세워보겠다는 의지는 드러낸 셈이다.

한 총장의 이런 강성 발언은 그동안 한 총장의 ‘공안 경력’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귀결이기도 하다. 한 총장은 지난 4일 검찰총장 청문회에서 공안역량을 묻는 질문에 “그동안 북한과 연계된 간첩사건은 수사 실적이 미진했다”며 “‘왕재산 사건’은 검찰이 17년 만에 검거한 것으로 공안 입장에선 상당히 ‘좋은’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권 관련 수사를 담당하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장 신분인 지난 11일 공안1·2부는 노동조합에서 불법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민주노동당 전 회계책임자 등을 기소했는데, 정당인 민노당과 진보신당까지 기소해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2002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때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주장한 김대업씨를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단순히 무혐의 종결 처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무고로 인지해 수사해 ‘뚝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과거 10여년 동안 대폭 축소됐던 공안부서의 확대가 점쳐진다. 대검 공안부는 애초 4개과로 구성됐다가 문민정부 때인 1994년 공안4과가 폐지됐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엔 공안3과와 함께 전국 15개 지검 공안과가 없어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촛불집회 등 공안 업무량이 늘자 공안3과를 다시 설치했다. 공안부는 대공사건뿐만 아니라 선거, 노동·학원, 종교·정치단체 사건 등에 관한 사항을 전부 관장한다. 대공사건의 수사 인력 확대를 빌미로 공안부서 확대를 추진할 경우, 다른 공안사건에 대한 검찰의 영향력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류제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은 “무리한 표적수사를 통한 공안통치는 이미 진행중인데 검찰총장이 구시대적인 색깔론을 내세워 내년 선거를 앞두고 국민을 정면으로 협박하는 것”이라며 “공안 기능이 확대되면 대공사건만이 아니라 노동·학원·선거·집회사건에 대한 정권 차원의 탄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야당 일제히 비판

“구시대적 색깔론 앞세워 정치권·시민사회 협박”

“오동나무 한 잎 떨어지는 걸 보고 가을이 오는 것을 안다고 했는데, (한 총장의 발언은) 집권 후반기 정권의 실정과 대통령의 레임덕을 공안통치로 덮으려는 게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이용섭 민주당 대변인)

내년 총선·대선의 선거관리를 책임질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공안정국을 예고하는 발언을 내놓자, 민주당 등 야권이 발끈하고 나섰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할 때마다 사용해 온 공안통치의 논리가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3일 논평을 내어 “취임사의 상당 시간을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색깔론에 할애한 한 총장을 보며 그동안의 국민적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느낀다”며 “실체도 불분명한 종북세력을 내세워 정부정책 실패에 비판적인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를 사실상 협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권 장관과 한 총장은 정권 수호의 선봉장을 자처하지 말고,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게 봉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논평을 내어 “한 총장은 구시대적인 색깔론을 박물관으로 보내는 대신,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과 권력의 부정과 비리를 도려내 정치검찰의 오명부터 벗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황당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공안정국이 눈앞에 전개되도다! 국민 여러분 조심조심 삽시다”라고 적었다. 박 의원은 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을 요청하고, 사실상 남북정상회담 필요성도 역설했는데, 반 총장님 종북좌익세력이라고 검찰에 혼나시는 것 아니냐”는 글도 올렸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도 트위터에 “지금, 총선 앞두고 막걸리 국가보안법 부활 공식 선언하신 거죠?”라고 꼬집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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