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중암중학교 아버지회 회원 30여명이 학생들과 함께 지난 7월 경기 광주시 퇴촌면 야영장에서 체험활동을 마친 뒤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중암중학교 제공
서울 중암중 멘토링 등 눈길
요즘 보기 드물게 자녀를 셋이나 둔 김용상(48·서울 마포구)씨는 올해 아들을 하나 더 얻었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 ㄱ군과 같은 학교 동갑내기인 ㄴ군이다. ㄴ군은 아버지가 없는 한부모가정에서 자랐다.
김씨는 지난 6월 자신이 몸담은 서울 마포구 중암중학교 아버지회 회원들이 교내 한부모가정 학생들의 멘토를 자처하고 나면서, ㄴ군과 인연을 맺게 됐다.
“한창 예민할 때라 ‘가까이 가는 게 어렵겠구나’ 싶었어요.” 결연은 했지만 막상 무뚝뚝한 아저씨와 사춘기 소년의 만남은 쉽지 않았다. 김씨와 ㄴ군을 연결해준 것은 아들 ㄱ군이었다. 지난 7월 김씨가 물놀이를 제안했을 때에도 한사코 사양하는 ㄴ군에게 ㄱ군이 다가섰다. ‘함께 가려고 표를 끊었는데 네가 안 가면 버려야 하지 않으냐’며 요즘 아이들답게 ‘쿨한’ 논리로 설득하자, ㄴ군도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다. 아직은 조심스럽게 ㄴ군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는 김씨는 “올해 한해로 끝내는 게 아니라 좋은 친구가 돼 아이가 성장해가는 것을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한부모가정 멘토링만이 아니다. 2005년 발족한 중암중학교 아버지회의 ‘바짓바람’은 여느 어머니회의 치맛바람보다 강력하다. 회원 31명은 아이들의 야간 귀가 지도, 시험 감독 등 일상적인 학부형들의 도움 활동뿐 아니라 다른 여러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 회원들이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직업 탐방도 계획중이다. 병원을 운영하는 한 회원은 조손가정 등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무상 건강검진과 간단한 진료를 해주고 있다.
아버지회와 함께라면 노는 것도 색다르다. 어머니들과 함께하는 야유회에선 식사 준비부터 설거지까지 대개 엄마 몫이지만, 해마다 아버지회와 떠나는 1박2일 야영캠프에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이들과 아버지들이 모두 함께 하기 때문에 자립심을 기를 수 있다는 게 이 모임 회장인 박규환(46)씨의 설명이다.
박씨는 “내 아이만 생각하면 아버지회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른 아이들도 우리 아이라고 여겨 학교 분위기가 좋아지면 내 아이에게도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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