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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끝모를 비, 비, 비…일용직 노동자의 비극

등록 2011-08-17 20:17

공사장 일감 뚝…생활고 시달리다 목숨 끊어
열흘중 6일 비내려 “한달 서너번 일 할까말까”
올여름 유난히 많이 내린 비로 일거리가 줄어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50대 일용직 건설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5일 아침 7시께 관악구 봉천동의 다가구주택 옥탑방에서 신아무개(50)씨가 목을 매 숨진 것을 집주인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집주인이 “(신씨가) 신문배달과 일용 노동을 하며 홀로 생활해왔는데 최근 일감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았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신씨가 생활고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보증금 50만원, 월세 25만원에 이 단칸 옥탑방에 세들어 살던 신씨는 최근 넉달째 월세를 내지 못한 상태였다. 방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형님 두분께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신씨는 부인이 아들을 낳은 직후 생활고로 집을 나간 뒤 24년 동안 홀로 살아왔고, 아들(24)은 중학교 다닐 무렵부터 신씨의 형이 맡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씨의 아들은 경기도 시흥에서 일정한 직업이 없이 노동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올여름 유난히 많이 내리는 비 탓에 건설 현장에서 일감이 줄다 보니 생활고가 심해져 처지를 비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지난 6월부터 이날까지 79일 가운데 비가 내린 날은 무려 49일(62%)로, 예년 같은 기간에 견줘 비 온 날이 열흘 이상 많았다. 건설 경기가 안 좋아 가뜩이나 일감이 많지 않은데, 날씨까지 이렇다 보니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만난 이아무개(56)씨는 신씨의 사연을 듣고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나도 어깨가 안 좋아 일도 자주 못 하고 일당 6만원에 밥 먹고 산다”며 “지난 한달 동안 비 때문에 서너번밖에 일을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건설 현장이나 인력소개사무소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번 여름 잦은 비 때문에 일용직 일자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4월 공사를 시작한 마포구 공덕동 지상 20층 오피스텔 건설 현장에서 만난 ㄷ건설 박종민(35) 대리는 “7~8월 사이 공사를 못한 날이 3분의 1 정도 되는 것 같다”며 “비가 안 와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용역업체가 일용직 노동자들을 안 부르거나 오전 일당만 주고 철수하는 경우가 많아, (일용직 노동자들이) 실제 일한 날은 절반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구 신설동의 ㅇ인력소개사무소 정아무개(40) 소장은 “비 때문에 30% 넘게 일자리가 준 것 같다. 우리뿐 아니라 올해 여름에는 다른 데도 다 그렇다”고 했다. 영등포구 영등포동 ㅅ인력소개사무소의 강아무개(33) 과장도 “하루에 보통 100명 넘게 일을 나가는데 7~8월 사이에는 절반으로 줄어 40~50명만 일자리를 얻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 비가 좀 그만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준 이충신 박태우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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