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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배의 땅, 항일 독립운동 불길 타올랐다

등록 2011-08-17 21:19

시베리아의 샤머니즘을 상징하는 ‘부르한 바위’(뒤쪽 낙타 모양의 바위)로 가는 길목. 제례의식 때 나무에 묶어 놓은 천 조각들이 이곳이 바이칼의 성소임을 알려준다. ‘부르한’은 하늘신을 일컫는 말로, 이 지역 주민들은 이 바위를 부르한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곳으로 믿고 있다.  올혼섬/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시베리아의 샤머니즘을 상징하는 ‘부르한 바위’(뒤쪽 낙타 모양의 바위)로 가는 길목. 제례의식 때 나무에 묶어 놓은 천 조각들이 이곳이 바이칼의 성소임을 알려준다. ‘부르한’은 하늘신을 일컫는 말로, 이 지역 주민들은 이 바위를 부르한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곳으로 믿고 있다. 올혼섬/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민족과 시베리아의 인연
고구려 유민 발해 세운 곳
독립운동가들 일제와 전투
스탈린때는 강제이주 상흔
이광수 소설 ‘유정’ 배경으로
시인 백석은 ‘북방에서’ 노래
춘원 이광수는 한때 시베리아를 방황하다 바이칼의 풍경에 매료돼 훗날 소설 <유정>의 배경으로 삼는다. 그는 “희미한 소원을 말하면 눈 덮인 시베리아의 인적 없는 산림지대로 한정 없이 헤매다가 기운 진 한곳에서 이 목숨을 마치고 싶소”라고 썼다. 시인 백석도 <북방에서>란 시에서 “자작나무와 이깔나무의 슬퍼하던 것을 기억한다”며 시베리아를 노래했다. 당시만 해도 시베리아가 우리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러시아 전문가로서 <시베리아 예찬>을 쓴 김창진 성공회대 교수는 “남북 분단 뒤 대륙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시베리아도 멀어졌다”고 말한다.

시베리아 곳곳에는 우리 민족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고구려 유민들이 발해를 일으켜 세운 곳이고,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와 전투를 벌인 곳이며,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끌려간 고려인들이 귀향한 곳이 바로 시베리아이기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차를 타고 약 800㎞ 북상하면 만나는 도시, 하바롭스크에는 한인 동포의 이름을 딴 ‘김유천 거리’가 있다. 시가지 중심을 남북으로 잇는 3㎞ 구간인데 1929년 중·소 전쟁 때 소련군 중위로 큰 전공을 세운 김유천(본명 김유경)을 기념하는 곳이다.

시베리아의 ‘로자 룩셈부르크’라 불리는 ‘김 알렉산드라’의 발자취도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1910년대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의 한가운데에서 한인사회당을 만들고 일본군에 맞서 무장투쟁을 이끌었던 한국인 여성이다. 당시 항일독립투쟁 지원을 약속한 혁명군과 손잡은 한인 적위대가 100여명에 이르렀다. 1918년 9월 하바롭스크가 백위군에게 점령됐을 때 붙잡힌 그는 “조국 13도에 자유와 행복이 깃들 날이 오고야 말 것”이라며 열세 걸음을 걸은 뒤 벼랑 위에서 총살당했다. 그의 시신이 던져진 벼랑에는 아무르강을 굽어보는 전망대가 자리잡고 있다.

항일독립운동의 불길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4100㎞나 떨어진 이르쿠츠크까지 번졌다. 이광수의 소설 <유정>의 무대이기도 한 이곳에는 이범석, 이범윤 등 1910년대 연해주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이 유배됐다. 이들이 외국 혁명가와 자주 모임을 갖던 옛 극장이 지금도 레닌 거리 23번지에 남아 있다.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의 파리’라고도 불린다. 19~20세기 시베리아에 유배된 러시아의 급진적인 지식인과 혁명가들이 ‘잠자는 땅’에 유럽 문화의 씨를 뿌린 덕분이다. 이르쿠츠크/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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