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건너편에 정리해고의 철회를 요구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평택/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쌍용차 정리해고 그후…조립팀 13명의 노동자들
“수입은 속절없이 줄고 아내는 아내는 저임노동 시작,
순간순간 무력감 빠져…2년동안 시간 멈춰선듯”
“수입은 속절없이 줄고 아내는 아내는 저임노동 시작,
순간순간 무력감 빠져…2년동안 시간 멈춰선듯”
끝내, 나무에 매달린 아버지는 땅바닥을 밟지 못했다. 털썩, 공중에서 허우적대던 아들의 발끝이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꼭 1년 간격이었다. 부자를 향해 이빨을 드러낸 죽음의 기세가 맹렬했다. 아버지는 죽었고, 아들은 살았다.
2009년 8월3일, 강성영(가명·40)은 동료들을 남겨두고 파업 현장을 떠났다. 쌍용자동차 파업 종료 사흘 전이었다. 아버지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강원도 태백 장성탄광에서 탄가루를 마시며 37년을 일했다. 쌍용차의 ‘옥쇄파업’이 시작된 뒤부턴 평택에 와 있었다. 늙은 아버지는 공장 정문 앞에서 날마다 전화로 애타게 아들을 찾았다. “너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공장을 빠져나온 아들은 희망퇴직원을 썼다. 파업을 끝내지 못한 자책도 컸다. 그는 아버지를 원망했고, 아버지는 우울증을 앓았다.
지난해 5월 아버지가 산속에서 발견됐다. 병원 간다며 집을 나선 뒤 등산로에서 비켜선 한 그루 나무에 목을 맸다. 아버지는 유서를 남기는 대신, 어머니를 위해 고장난 보일러를 미리 교체했다. 아버지의 첫 기일을 치른 날 강성영은 대취했다. 그에게 삶은 반드시 지키고 싶을 만큼 살갑지도, 죽음은 반드시 거부해야 할 만큼 두렵지도 않았다. 아버지처럼 허공에 매달렸다. 그의 몸을 지탱하지 못한 ‘허약한’ 옷걸이가 그를 살렸다. “아들의 태권도 도복 띠를 사용했는데 너무 길게 맸나 봐요.” 아내가 출근하고 아이들이 학교엘 가면, 그는 방에서 주저앉아 혼자 울었다.
아버지 장례식을 찾은 ㄴ‘직’(‘조’의 개념) 동료들은 장경식(가명·37)과 김기영(가명·36)뿐이었다. 파업 전 ‘조립ㄱ팀 파이널과 ㄴ직에선 13명이 함께 일했다. 쌍용차 조립 라인은 3개 팀으로 구성됐고, 각 팀은 의장·섀시·파이널·완성의 4개 과로 나뉘었다. 파이널과에선 ‘체어맨’과 ‘로디우스’ 차체에 범퍼·시트·배터리 따위를 조립했다. 장경식은 이른바 ‘산 자’였다. ㄴ직에선 그와 송청수(가명·44·직장), 지용권(가명·35) 셋만 살아남았다. 현재 쌍용차에서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도 그들뿐이다. 장례식장에서 장경식은 강성영에게 “미안하다”고 했고, 강성영은 장경식에게 “와 줘서 고맙다”고 했다.
김기영은 ㄴ직에서 강성영과 가장 친했다. 그는 애초 정리해고 대상자가 아니었다. ㄴ직 13명 중 사쪽은 정리해고자와 비정리해고자를 각각 6명과 7명으로 갈랐다.
정직·휴직자들 복직·취업도 못해 ‘하루살이’
파업엔 현재 출근하고 있는 3명을 제외한 10명이 모두 참가했다. 김기영은 비정리해고자로서 끝까지 파업에 남았다가 징계해고된 유일한 사람이다. 그에겐 10살과 7살짜리 두 딸이 있다. “아빠로서 살기 위해” 그는 낮엔 충남 당진까지 가서 가건물용 패널을 제작했고, 퇴근 뒤엔 새벽까지 대리운전을 했다. 일의 양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속절없이 줄었다. 아내가 저임금 노동을 시작했고, 그는 순간순간 무력감에 사로잡힌다.
김기영과 함께 파업에 뛰어들었던 비정리해고자 우병상(가명·36), 이치곤(가명·35), 함일태(가명·36)는 6월께 파업에서 빠졌다. ‘먼저 빠진 덕’에 정직을 받았으나, 셋 다 ‘계속’ 정직 상태다. 회사는 그들의 복직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모두 일용직으로 일하며 하루를 버티는 중이다. 박일호(가명·33)는 강성영이 파업 대오를 이탈할 때 같이 나와 희망퇴직했다. 그의 아버지도 쌍용차 희망퇴직자였다. 2009년 사쪽은 가족 중 복수가 쌍용차 직원일 경우 한 명은 구제해준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그는 세대주가 분리돼 있다는 이유로 희망퇴직자에 포함됐다. 현재 건설 측량 일을 하고 있다. 조형우(가명·35)와 이정기(가명·37), 정상현(가명·35)도 희망퇴직원을 썼다. “자기 일에 익숙해질 정도의 나이에 벌써 퇴직자가 돼버린 인생”을 조형우는 어이없어했다. 자동차 쪽에 미련이 남아 검사소에서 일했던 그는 현재 친구와 유압기계 영업을 하고 있다. 이정기는 고향인 광주로 내려가 막노동을 하고 있고, 정상현은 얼마간 직장을 다니다 지금은 무직 상태다. 파업이 끝난 날(2009년 8월6일) 경찰은 참가자들을 연행자와 비연행자로 나눴다. 홍영수(가명·36)는 ㄴ직에서 혼자 경찰서로 연행됐다. 그는 아직도 이유를 모른다. ㄴ직에서 무급휴직자는 홍영수 한 명이다. 현재 쌍용차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사쪽은 무급휴직자에게 기숙사 생활을 허락했지만, 밥은 주지 않는다. 무급휴직자는 공식적으로 쌍용차 직원 신분이어서 정식 취업을 할 수 없다. 그는 한동안 공사장 막일을 하다, 지금은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한달 벌이는 100만원이 못 되는데, 회사의 복직 조처는 기약이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흐르고 있다”며 그는 답답해했다. 지난 2년은 그의 인생 전체를 유예시켰다. 쌍용차 밖으로 밀려난 노동자들에게 77일간의 파업은 격렬했고, 지난 2년은 견디는 것만도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ㄴ직 13명도 쪼개졌다. 출근하는 자와 출근하지 못하는 자 사이엔 넓고 깊은 강이 생겼다. 해고자와 정직자들도 서로 연락하길 꺼리고 있다. 자본의 논리 앞에서 노동자들만 찢기고 있다. 다만 그들의 흔적을 지워가며, 공장은 오늘도 무심히 돌아간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평범한 행복 원했던 내가 목까지 매달고 있는 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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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ㄱ팀 파이널과 ㄴ직’ 13명
김기영과 함께 파업에 뛰어들었던 비정리해고자 우병상(가명·36), 이치곤(가명·35), 함일태(가명·36)는 6월께 파업에서 빠졌다. ‘먼저 빠진 덕’에 정직을 받았으나, 셋 다 ‘계속’ 정직 상태다. 회사는 그들의 복직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모두 일용직으로 일하며 하루를 버티는 중이다. 박일호(가명·33)는 강성영이 파업 대오를 이탈할 때 같이 나와 희망퇴직했다. 그의 아버지도 쌍용차 희망퇴직자였다. 2009년 사쪽은 가족 중 복수가 쌍용차 직원일 경우 한 명은 구제해준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그는 세대주가 분리돼 있다는 이유로 희망퇴직자에 포함됐다. 현재 건설 측량 일을 하고 있다. 조형우(가명·35)와 이정기(가명·37), 정상현(가명·35)도 희망퇴직원을 썼다. “자기 일에 익숙해질 정도의 나이에 벌써 퇴직자가 돼버린 인생”을 조형우는 어이없어했다. 자동차 쪽에 미련이 남아 검사소에서 일했던 그는 현재 친구와 유압기계 영업을 하고 있다. 이정기는 고향인 광주로 내려가 막노동을 하고 있고, 정상현은 얼마간 직장을 다니다 지금은 무직 상태다. 파업이 끝난 날(2009년 8월6일) 경찰은 참가자들을 연행자와 비연행자로 나눴다. 홍영수(가명·36)는 ㄴ직에서 혼자 경찰서로 연행됐다. 그는 아직도 이유를 모른다. ㄴ직에서 무급휴직자는 홍영수 한 명이다. 현재 쌍용차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사쪽은 무급휴직자에게 기숙사 생활을 허락했지만, 밥은 주지 않는다. 무급휴직자는 공식적으로 쌍용차 직원 신분이어서 정식 취업을 할 수 없다. 그는 한동안 공사장 막일을 하다, 지금은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한달 벌이는 100만원이 못 되는데, 회사의 복직 조처는 기약이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흐르고 있다”며 그는 답답해했다. 지난 2년은 그의 인생 전체를 유예시켰다. 쌍용차 밖으로 밀려난 노동자들에게 77일간의 파업은 격렬했고, 지난 2년은 견디는 것만도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ㄴ직 13명도 쪼개졌다. 출근하는 자와 출근하지 못하는 자 사이엔 넓고 깊은 강이 생겼다. 해고자와 정직자들도 서로 연락하길 꺼리고 있다. 자본의 논리 앞에서 노동자들만 찢기고 있다. 다만 그들의 흔적을 지워가며, 공장은 오늘도 무심히 돌아간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평범한 행복 원했던 내가 목까지 매달고 있는 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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