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숙자(맨 위)가 22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 의료인과 일부 노숙자들이 한국철도공사의 역사 내 노숙인 강제퇴거 조처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동안 맨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철도공사 어제 새벽 첫 시행
사회단체들 “퇴거 철회” 집회
사회단체들 “퇴거 철회” 집회
“여기 있도록만 해달라.”
22일 오전 서울역 광장은 이날 새벽부터 단행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역사 안 노숙인 강제퇴거 조처에 반발하는 고함소리로 시끌시끌했다. 서울역은 이날 오전 1시30분 노숙인들을 역사 밖으로 내보냈고, 4시30분 역사 문을 다시 열 때도 침구를 가진 노숙인들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퇴거조처 과정에서 서울역 쪽과 노숙인들 간의 특별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서울역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은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 남아무개(46)씨는 “역과 지하철 주위에서 17년째 노숙을 해왔다”며 “곧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는데 어디로 가란 말이냐”고 말했다. 30대 여성 노숙인인 정아무개씨는 “서울역에서 살면서 수급자로 등록될 날만 기다리며 살아왔는데 서울역이 우리에게 너무 한다”고 토로했다. 과거 서울역에서 10여년간 노숙생활을 했다는 송아무개(46)씨도 “장마 때 비 피할 곳 없는 노숙인들은 역 앞에서 비를 맞으면서 잔다”며 “역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그들 심정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코레일의 방침은 강경하다. 역사 내 노숙인 퇴거 방침 발표 이후 충돌을 대비해 용역 인력도 고용한 상태다. 이날 역사 내를 순찰중이던 한 철도경찰은 “대구육상선수권대회 등 국제행사를 앞두고 대테러경비 차원에서 노숙인들의 돌발행동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역의 퇴거조처가 현실화되면서 노숙인 지원단체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서울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온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방침 철회 및 공공역사 홈리스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단체들은 이날 서울역과 부산역, 동대구역, 대전 코레일 본사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퇴거조처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 단체연합’ 소속 단체들도 서울역 기자회견을 통해 강제퇴거에 반대하는 ‘보건의료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문화제와 서울역사 내 토론회 등을 열며 ‘1박2일 저항행동’을 이어갔다. 이날 타이에 위치한 ‘4개 슬럼지역 네트워크’(FRSN)도 방콕 한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코레일의 조처에 항의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노숙인 전담대응팀(20명)을 구성하는 한편 112순찰차와 형사기동대 등을 서울역에 배치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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