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군 간부들, 돈받고 군납비리·입찰담합 묵인
곰팡이가 핀 군납용 식품을 적발하고도 금품을 받고 이를 눈감아준 현역 중령, 군납업체들의 입찰담합을 묵인하는 대가로 금품을 챙긴 방위사업청 공무원 등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3일 군납용 건빵과 햄버거식빵의 단가를 부풀리는 입찰담합을 통해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ㄷ식품 등 9개 업체 대표를 입건하고, 이들 업체의 비리를 눈감아주기로 하고 5천여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수수 등)로 방위사업청 이아무개(54·군납식품 원가상정 담당) 사무관 등 2명을 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이 사무관은 건빵과 햄버거식빵의 원가를 부풀리면 납품단가를 올릴 수 있다며 ㄷ식품에 접근해 금품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뇌물수수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차명계좌를 관리하는 배아무개(50)씨와 공모한 사실도 밝혀내고,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곧 신청할 방침이다.
이씨에게서 입찰 규모와 일정, 예정가격 등을 전달받은 9개 업체 대표들은 담합을 통해 6억6천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군수지원사령부 관할 지역별 입찰에서 15차례에 걸쳐 특정 업체가 낙찰받도록 밀어주기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담합을 주도하고 이 사무관에게 거액을 건넨 ㄷ식품은 2009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저질건빵 1223만여 봉지를 납품해 61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업체는 한 차례 반죽에 쌀과 밀가루를 각각 7포대씩 사용하도록 한 기준 혼합비율을 어기고, 값이 싼 밀가루의 혼합비율을 높여 원가를 낮췄다.
경찰은 또 이들 식품업체가 부패한 햄버거식빵을 남품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불시 위생점검 등 단속 정보를 업체들에 미리 알려주는 대가로 향응과 금품을 받은 육군 중령 김아무개씨 등 군 간부 8명을 적발해 국방부에 통보했다. 김 중령은 업체들에 곰팡이가 핀 햄버거빵 사진 등을 보내주고, 한 차례에 50만~300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