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이해 쉬운 구호로
거부운동 좋은 성과 얻어
거부운동 좋은 성과 얻어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강행에 맞서 투표를 무산시키는 성과를 일궈낸 ‘나쁜 투표 거부 운동본부’는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나쁜 투표’란 이름을 꼽았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투표 거부의 논리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쁜 투표란 이름은 지난달 중순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함께하는 투표 거부 운동 연대기구의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민주당 쪽이 처음 아이디어를 냈다. 이선희 참여연대 간사는 “나쁜 투표는 뜻이 명확하고 누구나 알아듣기 쉽다는 장점이 있어 나쁜 투표를 연대기구 이름으로 선택하고 ‘나쁜 투표 거부’를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주된 구호로 내걸었다”고 말했다. 쉽고 명확한 나쁜 투표에 견줘 한나라당은 전면 무상급식이나 단계적 무상급식처럼, 정책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내걸어 비교가 됐다.
또 투표 거부 운동을 ‘나쁜 투표 거부’, ‘착한 거부’라고 이름을 지으면서 “투표 거부는 비민주적”이란 비난을 피해갈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선희 간사는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왜 민주시민의 기본 권리인 투표를 거부하느냐’는 것이었다”며 “나쁜 투표에 대한 착한 거부란 쉬운 설명으로 덕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나쁜 투표 거부 운동본부에 참여한 단체들은 지난 6월 중순부터 한달 동안 활동 방향을 놓고 여러 차례 토론을 벌였다. ‘적극적 투표 참여로 전면 무상급식을 실현하자’는 의견과 ‘주민투표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토론 끝에 주민투표 성격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달 중순 투표 거부로 의견을 모았다.
나쁜 투표 거부 운동본부에는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 5당과 참여연대·여성단체연합·환경운동연합 등 216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2000년 4월 총선 때 야권과 시민사회가 합심해 벌인 낙선·낙천운동에 이어, 10여년 만에 다시 뭉쳐 가시적 성과를 일궈냈다고 자평했다고 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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