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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와대가 사태해결 나서라” 이번엔 부산시민들이 왔다

등록 2011-08-28 21:17수정 2011-08-29 16:33

해고자 등 100여명 상경
지난 27일 낮 12시. 부산시 연제구 부산교대 앞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노조 조합원·자영업자·대학생·주부·비정규직 노동자 등 100여명이 이곳에서 서울행 전세버스 4대에 나눠 탔다. 지금까지 세 차례 부산에서 열렸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버스’ 행사가 이날은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온 ‘손님’을 맞이했던 부산 사람들이 이번엔 거꾸로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날 부산을 출발한 희망버스 4호차에는 트위터와 인터넷 등을 통해 탑승권을 구매한 일반시민 40명이 탔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처음엔 서먹한 분위기였지만, 사회자가 나서서 마이크를 돌려가며 “니 와 가노?”라고 묻기 시작하자 곧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남편이 혼자 못 가겠다고 해서 따라왔다”는 한 주부의 말에는 까르르 웃음이 터졌지만, “김주익 열사의 장례식 때 펑펑 울고 나서 더 이상 울고 싶지 않아서 왔다”는 다른 주부의 말에 버스 안이 숙연해지기도 했다. 누구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누구는 시를 읊었다. 추석맞이 벌초객들로 고속도로가 붐벼 6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지루할 새도 없이 버스는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 도착해 있었다.

남편과 두 아이를 두고 혼자 상경한 최현경(가명·40)씨는 “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와보니, 그동안 부산에서 열린 희망버스 행사에 참가하려고 온 다른 지역 사람들의 정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느끼게 됐다”며 “정리해고 문제는 한진중공업이나 부산만의 문제가 아닌 정권이 해결할 문제인 만큼 서울에서 이틀 동안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천성일(가명·51)씨도 “부산에서는 길 하나 막으면 다니기도 어려운데 서울은 탁 트여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기대와는 다르게 경찰의 봉쇄로 비좁은 청계광장에서 진행된 ‘만민공동회’가 끝난 뒤, 부산 참가단은 경찰 차벽을 피해 미리 짜둔 조별로 서대문독립공원으로 모여들었다. 난장 공연이 시작되자 준비해 온 돗자리를 잔디밭에 펴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아들의 학교 선생님이 민주노동당을 후원했다고 징계를 받은 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주부 홍영경(가명·46)씨는 “60일째 매일 저녁 크레인을 향해 생명평화선언 100배 기도를 하고 있다”며 “서울에선 평화집회가 보장될 줄 알았는데 차벽에 막혀 답답했다”며 아쉬워했다. 부산시민들의 희망버스 반대 여론에 대한 말도 나왔다. 아내와 함께 참가한 이현성(가명·47)씨는 “언론에서 반대가 심하다고 하지만 주변에 소음 때문에 불만을 갖는 사람은 있어도 희망버스 자체를 문제삼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부산 참가단 10여명은 28일 새벽 청와대가 바라보이는 서대문구 안산에 올랐다. 아침 8시께 안산 정상에 ‘정리해고 철회’라는 펼침막을 걸고 내려온 천희성(가명·45)씨는 “어제 행진을 하면서 부산뿐 아니라 서울시민들도 우리에게 많은 박수를 보내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하루빨리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4호차에 함께 탔던 40명의 참가자들은 이틀 동안 행진과 노숙, 등산 등으로 다들 녹초가 됐지만, 부산에서 열렸던 희망버스 행사와는 달리 분위기가 유쾌하고 발랄해 즐거웠다고 입을 모았다. 오후 2시께 부산행 버스에 오른 이들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농성중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으로 향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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