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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뿌리는 같지만…그라운드선 싸워야했다

등록 2011-09-02 22:41수정 2011-09-03 00:40

월드컵예선 북-일전 출전한 재일동포 4인방
정대세·안영학·량용기-이충성
국적은 한국·북한·일본으로 달라
“엄청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충성(일본명 리 다다나리) 선수는 북한 대표팀 간판 공격수 정대세와의 첫 대결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본 국가대표 축구선수로서 “이제 슬슬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결의를 보였다.

정대세는 일본팀의 에이스 혼다 게이스케가 부상으로 빠진 것을 안타까워하며 “홈경기가 아닌 만큼 비겨도 좋지만,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2일 저녁 7시30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C조 예선 북한과 일본의 첫 경기가 열렸다. 같은 한국 국적의 재일동포로 성장한 두 사람이 이날 선 자리는 달랐다. 18살 이하 한국 대표선수로 뛰기도 했던 이충성은 2007년 일본으로 귀화해 이날 일본 국가대표로 출장했다. 북한의 지원을 받는 조선학교를 졸업한 정대세는 북한 국가대표로 나왔다. 북한은 그가 한국 국적으로 돼 있음에도 그의 간절한 염원을 받아들여 여권을 발급하고 2007년 국가대표로 선발했다. 두 사람은 이날 양 팀의 골을 책임질 ‘원톱’으로 출장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

이들만이 아니었다. 이날 북한 대표팀엔 ‘조선’ 국적의 재일동포 안영학, 량용기 선수도 포함돼 있었다. 재일동포 4명의 선수가 3개의 국적을 갖고 이날 경기에 참가한 셈이다.

지난해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경기에 앞서 북한 국가가 연주될 때 뜨거운 눈물을 보여 화제가 됐던 정대세는 이날도 북한 국가가 연주되자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결국 눈가를 적셨다. 그는 2005년 이 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일본의 월드컵 예선전을 지켜보면서 “북한 대표선수가 될 것임을 운명적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이충성 선수는 일본 국가가 연주되자 조용히 따라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텔레비전 카메라에 비쳤다.

경기장은 작은 전쟁터 같았다. 일본 응원단은 ‘일전필승’ ‘일본의 혼’ 등의 문구를 쓴 거대한 깃발과 일장기로 스탠드를 덮었다. 북한을 응원하는 재일동포들은 ‘필승 천리마 조선’ 등의 펼침막을 내걸었다.

홈구장의 일본팀은 울트라닛폰의 응원을 등에 업고 매서운 공격을 퍼부었다. 공 점유율이나 슛의 수에서 일본팀은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슛이 세 번이나 골대를 맞고 나오고 골키퍼의 선방에 걸리는 등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했다. 수비를 위주로 하고 기습을 노리던 북한팀은 후반 37분 박광룡 선수가 퇴장당한 뒤 무너졌다. 결국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9분 요시다 마야에게 한 골을 내줘 1 대 0으로 패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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