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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계시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는데…”

등록 2011-09-04 20:15수정 2011-09-05 09:57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소선씨의 빈소를 찾은 한 조문객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소선씨의 빈소를 찾은 한 조문객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대병원 빈소 각계 조문행렬
손학규·이정희·조승수 대표 발길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놓인 영정사진 속의 이소선씨는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지난 7월18일 심장 이상 증세로 쓰러진 뒤 의식을 찾지 못해 유언도 채 남기지 못해서인지, 그는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세상 사람들에게 할 말이 남아 있는 듯했다.

고인의 마지막 말이라도 들으려는 듯 지난 3일부터 빈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인의 유가족과 평생을 가족처럼 함께해 온 전국민족민주열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전태일재단 관계자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고인의 딸 전순옥(57)씨는 “어머니는 전화를 걸고 끊을 때마다 늘 ‘사랑한다’고 하실 만큼 많은 사람을 사랑하신 분이었다”고 회고하며 “어머니의 뜻이 이어져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 전태삼(61)씨도 “어머니께 언제나 힘이 돼 주셨던 분들께 어머니가 직접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며 고인을 대신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고인이 생전에 ‘모든 사람들의 어머니’로 불렸던 만큼, 빈소에는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찾아와 40여년 전 분신한 아들 곁으로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3일 오전 고인이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와 임종을 지켜본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 농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제대로 싸우지 못해 죄스럽기 이를 데 없다”며 “모든 노동자가 하나 돼 싸워 어머니의 뜻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은 “어머니는 전태일 열사의 유언을 삶의 동력으로 삼고 살아온 분”이라며 “이제 살아남은 우리가 더 잘 할 테니, 어머니는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힘든 사람의 말을 따뜻하게 들어주며 힘이 됐던 분이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 전태일 역을 맡았던 배우 홍경인씨도 빈소를 찾아 “배우로서 전태일 열사의 인간적 모습을 그리고 싶어 어머니께 많이 여쭤봤었다”며 “그때 아들과 닮았다고 하시며 정말 어머니처럼 대해 주신 기억이 남는다”고 회고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아들의 분신처럼 살아온 어머니가 없으면 전태일도 없었다”며 “한 사회 전체의 빛과 같은 존재를 잃어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도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입성했을 때 정말 기뻐하셨는데, 진보정당이 다시 하나 돼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것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어머니가 전에 모란공원 묘지가 부실한 게 많다며 초라해지지 않도록 관리를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결국 본인이 그리 가시게 됐다”며 “친어머니처럼 모시던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어르신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민주당 정동영·천정배 의원, 김근태 전 의원,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심상정·노회찬 상임고문, 김문수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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