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변명일관 중형 불가피”
계획적 아닌 우발 범행 판단
계획적 아닌 우발 범행 판단
서울 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한병의)는 15일 만삭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기소된 소아과 의사 백아무개(31)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해 출산이 한 달 남짓 남은 아내를 손으로 목 졸라 살해해 태아까지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피고인이 범행에 부합하는 수많은 간접 사실과 정황에도 불구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해자와 다투던 가운데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은 무거워 유기징역형을 선택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숨진 아내가 욕실에서 미끄러져 이상자세로 인해 질식사했다”는 피고인 쪽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의 목 부위 출혈과 피부까짐 등을 볼 때 외부의 힘이 가해져 생긴 것으로 목눌림에 의한 질식사(액사)로 보인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쟁점이 된 사망시각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사망추정 시간은 사건 당일 피고가 집을 나간 오전 6시41분 이전과 이후 모두 포함될 수 있다”면서도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이 없어 보이고, 사건 당일 피고인의 행적과 증인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오전 6시41분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박아무개(29)씨의 아버지는 재판이 끝난 뒤 “어떤 판결이 내려졌더라도 딸과 사위 모두 잃은 마음”이라며 “병원에 아직 안치돼 있는 딸의 주검을 이제 편하게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백씨의 가족과 변호인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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