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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만두피 자투리로 뽑아요 ‘나눔의 칼국수’

등록 2011-09-16 20:18수정 2011-09-16 21:14

 아름다운 국수가게를 운영하는 김혁(맨 오른쪽 국자 든 이)씨를 비롯한 ‘강북구 국수나눔봉사회’ 회원들이 지난 7월30일 서울 동작구 이수역 근처에서 집중호우 피해 복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에게 만두공장의 자투리 만두피로 뽑아낸 ‘아름다운 칼국수’를 끓여 대접하고 있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 제공
아름다운 국수가게를 운영하는 김혁(맨 오른쪽 국자 든 이)씨를 비롯한 ‘강북구 국수나눔봉사회’ 회원들이 지난 7월30일 서울 동작구 이수역 근처에서 집중호우 피해 복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에게 만두공장의 자투리 만두피로 뽑아낸 ‘아름다운 칼국수’를 끓여 대접하고 있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 제공
밀가루대리점 하던 김혁씨
만두공장서 버리는 것 활용
복지시설 등 무료국수 제공
서울시 사회적 기업 인증도
‘아름다운 국수가게.’ 3000원짜리 비빔국수와 잔치국수, 단출한 메뉴 두 가지를 내놓는 국수가게의 이름치곤 거창하다. 번듯한 인테리어도 없이 식탁 네 개만을 둔 33㎡ 남짓한 비좁은 가게에서 손님을 맞지만, 아름다움의 비밀은 따로 있다. 돈 받고 파는 국수 말고, 이곳에선 날마다 만두공장의 자투리 만두피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사랑의 칼국수로 변신한다.

만두피의 화려한 부활을 이끈 김혁(52)씨는 8년 전 밀가루 대리점을 운영하며 만두공장에 밀가루를 납품하고 있었다. 주변을 꼼꼼히 챙기는 성격이라는 김씨는 어마어마한 양의 만두피 자투리가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을 보며 가슴을 쳤다. 만두공장 사장에게 남은 만두피를 가져가 처리하겠다고 제안하자, 흔쾌히 승낙했다.

김씨는 그길로 달려가 국수 가락을 뽑는 기계를 샀다. 가게 한켠에 기계를 두고 칼국수를 뽑으니 날마다 400~500그릇 분량이 나왔다.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밀가루 대리점 앞을 지나는 이들에게 공짜로 나눠줬다. 형편을 묻지 않고 누구에게나 나눠주니 눈 깜짝할 사이에 국수가 동났다.

명절도 없이 국수를 뽑는 동안 자원봉사자들이 김씨를 찾아 모여들었다. 농반진반으로 “아예 국수 장사를 해야겠다”고 했는데, 여럿이 모이니 현실이 됐다. 지난해 2월 서울 강북구 수유3동에 아름다운 국수가게를 연 것이다.

자투리 만두피로 국수를 만들고, 국수 가게에서 얻은 작은 수익을 모아 거리에서 국수 나눔 봉사를 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졌다. 손바닥만한 밀가루 창고에서 김씨가 혼자서 시작한 봉사는, 이제 2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는 ‘서울 강북구 국수나눔봉사회’로 이어지고 있다.

봉사회는 다달이 10~15차례 임대아파트 지역이나 복지시설 등에 나가 국수를 나눠준다. 폭설이나 폭우가 내린 뒤엔 복구작업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주려고 현장으로 출동하기도 한다. 올여름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동작구 이수역 복구 현장에서도 봉사자 300여명에게 국수를 대접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국수’를 함께 나눈 이가 벌써 52만명에 이른다.

아름다운 국수가게는 지난 6월 서울시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이전에는 식당 봉사자 4~5명이 날마다 바뀌기 때문에 국수의 맛도 달라지곤 했지만, 사회적 기업이 된 뒤로는 인건비 지원을 받아 전속 주방장을 고용할 수 있었다. 김씨는 16일 “이제 마음과 정성뿐 아니라 맛도 보장할 수 있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처음엔 봉사가 뭔지도 몰랐어요. 국수를 나누다 보니 취약계층을 많이 만났고, 함께 일을 거들어주는 가게 자원봉사자의 90%도 취약계층이에요.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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