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규(왼쪽)·김두우(오른쪽)
‘로비 창구’ 박태규 구속기소
자금출구 진술 확보 가능성
검찰수사 확대 여부에 촉각
자금출구 진술 확보 가능성
검찰수사 확대 여부에 촉각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구명 로비 과정에서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태규(71)씨가 16일 구속 기소됐다. 17일로 박씨의 구속 기한인 20일이 끝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이미 받아냈을 공산이 커 이후 검찰의 행보가 주목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이날 부산저축은행그룹 김양(58·구속 기소) 부회장한테서 퇴출 저지 부탁과 함께 로비자금 명목으로 17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박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의 검사 완화 및 조기 종결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 및 연착륙 등의 명목으로 지난해 4~10월 사이 10여차례에 걸쳐 현금 17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의 퇴출이 결정된 직후인 지난 2월 말 박씨가 김 부회장에게 되돌려준 2억원과 박씨의 개인금고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 6억여원을 제외한 9억여원이 실제 로비에 쓰인 것으로 보고 돈의 흐름을 쫓아 왔다. 또 계좌추적 자료와 박씨의 휴대전화 수·발신 내역, 위치정보 조회 자료 등을 토대로 그가 접촉한 정·관계 인사들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해 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금품수수 혐의가 드러난 김두우(54) 청와대 홍보수석을 다음주 초에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기로 하고, 출석을 통보한 상태다. 검찰은 정확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박씨가 김 수석에게 현금과 상품권 등을 합쳐 약 1억원 정도를 건넨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금융 당국의 검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4~8월 사이, 박씨와 김 수석이 수십차례 통화를 하고 골프를 함께 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여론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검찰의 수사 확대 여부다. 특히 김 전 수석의 소환이 ‘로비대상’ 수사의 시발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이날 “최대한 빨리 (사건을) 정리했으면 좋겠다”면서도, 그 시기가 “10월 중순이 될지 말이 될지는 모른다”고 했다. 최소한 이번 수사가 10월 중순까지는 이어질 수 있다는 예고다. 검찰 안팎에선 김 전 수석 이외에도 검찰에 불려올 인사들이 최소한 4~5명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은 애초에 서로 알지 못하던 박씨와 김 부회장이 만나게 된 경위에 주목하고 있다. 두 사람은 부산저축은행그룹 부실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해 초에 누군가의 소개로 만나 안면을 텄고, 그 뒤 김 부회장이 거액의 로비 자금을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박씨가 로비 자금을 받기 위해 먼저 정부 고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했을 가능성이 높고, 노회한 김 부회장도 뭔가 믿을 만한 정황이 있어서 큰돈을 선뜻 건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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