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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국서 검정고시 합격해 대학까지 갈래요”

등록 2011-09-20 15:34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마천동 송파다문화센터에서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전향화(29·가운데)씨 등 중국인 학생들과 전직 영어교사인 정연순(49·왼쪽 두번째)씨가 수업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서울 송파구 제공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마천동 송파다문화센터에서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전향화(29·가운데)씨 등 중국인 학생들과 전직 영어교사인 정연순(49·왼쪽 두번째)씨가 수업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서울 송파구 제공
이주여성들 중·고등학교 나왔어도 한국선 무학
포크·엿 등 합격기원 선물에 공부 열의 다져
“영어 선생님은 잘 찍으라고 포크 주셨고요, 국어 선생님은 쩍 붙으라고 엿을 선물해줬어요.”

한국의 시험 문화를 처음 겪은 중국인 전향화(29)씨는 교사들의 선물이 신기한듯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요즘 ‘열공’중이다. 서울 송파구 마천동 송파다문화센터에서 지난 6월부터 준비한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6년 과정의 초등학교 교과를 3개월 만에 속성으로 마쳤다. 자원봉사를 해온 교사들은 지난 19일 마지막 수업을 마친 뒤 정들었던 5명의 중국인 학생들을 위해 종강파티를 열고 포크, 엿, 볼펜 등 선물을 전했다.

전씨는 지난 석달 동안 월요일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8시간 동안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도덕 과목을 공부했다. 집안일에다 4살배기 아이 양육에 바빠 아이가 잠들면 밤 11시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버스 운전을 하는 남편은 피곤한 와중에도 아내의 주경야독을 위해 저녁식사를 차리는 등 집안일을 도왔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다문화센터의 교사들에게 수시로 전화했다. 그는 “시간은 너무나 부족했지만 선생님들이 언제든 전화해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도록 허락했고 쪽집게처럼 요점정리를 해줘서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씨를 포함한 수강생 5명은 초등학교 졸업장이 없어서 검정고시를 치르는 것이 아니다. 전씨는 중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계 회사에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재혼한 엄마를 따라 지난해 한국에 온 17살 소녀 쑨샤오양도 상위 10%의 우수한 성적으로 중국의 중학교를 졸업했고 이명애(36)씨는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이들이 다시 초등학교 과정부터 공부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학력을 인정받으려면 중국으로 돌아가 복잡한 공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에서 관인·서명 등을 확인해 발행한 문서를 다른 나라에서도 효력을 인정하는 국제협약인 ‘아포스티유’(Apostille) 협약에 두 나라 모두 가입돼 있어야 한다. 현재 99개 나라가 이 협약에 가입해 있지만 중국, 베트남 등은 빠져 있어 많은 결혼이주 여성들이 불편과 피해를 겪는 상황이다.


오는 24일 검정고시를 치르는 전씨는 “공부 욕심이 많았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공부를 더 하지 못했다”며 “한국에서 고입, 대입 검정고시에 모두 합격해 대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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