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류승완(43) 박사
‘길거리 수업’ 시작한 성균관대 해고강사 류승완 박사
‘학교비판’ 이유로 강의배제 추측
경영관 앞서 ‘설립자 심산’ 강좌
노조·학생 등과 힘 합쳐 복직투쟁
‘학교비판’ 이유로 강의배제 추측
경영관 앞서 ‘설립자 심산’ 강좌
노조·학생 등과 힘 합쳐 복직투쟁
지난 16일 오후 한 강사가 대학교정 한 모퉁이에 야외 강의실을 차렸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배정됐던 강의에서 ‘해고된’ 성균관대 류승완(43·사진) 박사가 지난 11일부터 경영관 앞에서 ‘거리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수업을 들은 유준선(23, 유학동양학부4)씨는 “학교 설립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심산 김창숙 선생의 사상을 따로 배우기 힘들었는데 강의 내용이 좋아 재밌게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부터 박사까지 23년 동안 이 대학에 몸담아 온 류씨는 지난해 1학기에 전공과목인 ‘중국철학사상사’를 강의했고, 1년간 베이징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친 뒤인 올해 2학기부터 ‘동양사상입문’ 강의를 맡을 예정이었다. 그는 지난 1월22일 2학기 강의계획서를 학내 학사과정 사이트에 입력하라는 학과 사무실의 통보와, 강의배정 안내 메일을 통해 강의가 확정된 것으로 판단하고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이틀 뒤인 24일 강의가 돌연 취소됐다는 소식을 조교로부터 전해들어야 했다. 그는 자신의 지도교수에게 강의배정 취소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대학본부에서 뺏다”는 내용뿐이었다.
류씨는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한 학술대회에서 유교자본주의에 근거한 유교의 현대화 논리가 천황의 지배를 합리화하는 황도 유학과 비슷한 논리라는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대학본부가 추진하던 유교의 현대화 논리를 비판한 것으로 미운털이 박힌 게 아닌가 하는 추측뿐 아무도 공식적인 해명을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본부에서 도서관 이용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박사후 연수과정 결과 보고서를 한국연구재단에 제출해야 하지만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하는 등 연구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류씨는 지난달 11일부터 뜻을 함께하는 대학강사노동조합과 학생들과 함께 대학 교정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는 “양심껏 연구하고 가르칠 학문과 교육의 자유가 박탈당하는 것이 허울 좋은 대기업 지배하에 있는 성균관대학의 현실”이라며 “성균관대의 창학정신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며, 학문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류씨의 주장에 대해 성균관대 관계자는 “강의 배정은 학과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대학본부에서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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