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70) 대법원장이 임기 6년을 마치고 39년 동안 몸담았던 법원을 떠났다.
이 대법원장은 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1층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사법의 역사는 사법부 독립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법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법부의 독립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민주화를 이룩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사법부의 독립을 위협하는 요소가 도처에 산재해 있다”며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내는 것은 법관 개개인의 불굴의 용기와 직업적 양심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법관의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면 주권자인 국민이 사법부에 맡긴 사법 본연의 임무도, 우리가 꿈꾸는 사법의 목표도 결코 완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며 법관들에게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국민을 섬기는 법원으로 거듭나는 것만이 신뢰를 얻을 유일한 길이라는 믿음 아래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국민의 신뢰도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이 여망하는 사법부와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틈새가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라는 바탕 없이는 실질적 법치주의 구현이라는 사법의 목표를 결코 실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수결의 원리가 지배하는 민주사회에서 자칫 소외되거나 외면당할 수 있는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은 사법부에 부과된 기본 책무”라며 “사법부는 억울함을 어디에도 호소할 데 없는 이들이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언덕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의 퇴임은 사법부에서 ‘고시(고등고시 사법과) 세대’의 퇴장을 알리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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