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외국인을 위해 만들어진 전화카드 ‘장고춤’
50년전 결혼식 한복·주택복권 교환권…
서울역사박물관, 기증품 전시 계획
서울역사박물관, 기증품 전시 계획
전화카드, 주택복권 교환권, 운전면허증…. 얼핏 들으면 특별할 것 없는 듯한 잡동사니들이 소중한 ‘유산’으로 대우받는 곳이 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서울역사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지난 3월부터 해방 이후 서울 시민들의 생활사 자료를 기증받아왔다. 26일까지 수집한 자료는 결혼식 한복, 최초의 전화카드 등 시민들의 손때 묻은 1000여점에 이른다. 자료들은 저마다 ‘사연’을 담고 있다. 양천구에 사는 임정순(78)씨는 50여년 전 혼례 때 입었던 모시적삼 한복과 큰아들의 돌복인 색동저고리, 두루마기 등을 박물관에 가져왔다. 집에 두자니 더 입을 일도 없지만, 친정어머니가 지어주거나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 있어서 함부로 버리기는 어려웠던 옷가지들이었다. 박물관 직원은 “만든 지 50여년이나 된 옷들이 당시의 색깔과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임씨가 기증품들을 얼마나 소중히 보관해왔는지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만물 수집가 김규식(52·서울 강북구)씨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외국인 방문객들을 위해 처음으로 만들어진 전화카드인 이른바 ‘따릉이’와 ‘장고춤’(사진) 10여종을 기증했다. 1978년 국세청이 발행한 주택복권 교환권도 내놓았다. 당시 국세청은 ‘영수증 주고받기 생활화’ 운동을 펼치면서 시민들이 음식점 등에서 받은 영수증을 보상금 지급소에 가져가면 영수증 15장과 주택복권 교환권 1장을 맞바꿔줬다.
김씨는 “수집가 사이에선 돈 받고 거래되는 것들이지만 얼마 안 되는 돈에 연연하기보단 후손들을 위한 자료에 내 이름을 올려두는 게 더 의미있다고 여겨 수집품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의 근현대 생활사 연구 자료를 꾸준히 수집한 뒤, 기증받은 자료들을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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