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3범으로 직업이 없던 우아무개(21)씨는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5가의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주말 알바였던 우씨는 추석연휴가 다가오자 사장 노아무개(47)씨에게 “추석 연휴 때는 제가 피시방을 맡을테니 걱정말고 고향에 다녀오시라”고 말했다. 같이 일하던 알바생에게도 전화를 걸어 “연휴기간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광주에서 연휴를 보낸 뒤 지난 13일 오후 돌아온 노씨는 텅빈 피시방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컴퓨터 63대, 냉장고 안 음료수, 도난 방지용으로 달아놓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까지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알바생 우씨에게 전화를 했지만 우씨는 당연히 받지 않았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피시방에 위장취업한 뒤, 사장이 자리를 비운 연휴기간 동안 피시방 안에 있던 물품을 모두 훔쳐 팔아치운 혐의(특수절도)로 우아무개(21)씨를 구속하고 공범 최아무개(23), 이아무개(4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추석연휴 기간이던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피시방 안에 있던 컴퓨터를 포함한 집기류 3000여만원 어치를 장물업자 16명에게 시가의 10분의 1수준인 300여만원에 팔아치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범 우씨가 피시방을 털기 위해 위장취업한 셈”이라며 “인터넷에 글을 올려 우씨와 최씨를 끌어들인 후 물건들을 모두 팔아치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피시방 내부를 감시하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까지 떼내 팔아 버리는 바람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 중에 마시고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음료수 캔을 바탕으로 주변 편의점에 대해 탐문수사를 벌였고, 우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금융거래 내역, 인터넷 접속 기록 등을 확보해 지난 24일부터 차례로 이들을 잡아들였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처음 출동했을 때 피시방은 거의 쑥대밭이었다”며 “피해자인 사장님은 아직도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앞으로 물건을 사들인 장물업자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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