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인화학교 재학생 누나의 편지
영화 <도가니>의 여파로 광주 인화학교의 폐교까지 논의되면서 이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심각한 불안감 등을 호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신을 광주 인화학교 재학생의 ‘누나’라고 밝힌 이는 30일 <한겨레>에 편지를 보내 “폐교 추진이 현재 재학중인 학생들을 대책 없이 밖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언론의 보도 및 검찰의 재수사,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인한 학교 폐교조처에 대해 ‘가슴으로 호소’하고 싶은 게 있다”며 글을 시작한 그는, “(원래) 장애아 학생들은 일반인과 달리 낯선 환경과 어떠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적응력이나 대책능력이 조금은 느리며, 그것으로 인해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이런 형편인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낯선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고”, 언론이 앞다퉈 보도에 나서면서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경찰이 재학생들을 일대일로 면담해 캐묻는 방식으로 재수사에 나서면서 아이들의 불안감과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더 큰 걱정은 현실적인 대책 없이 학교를 폐교하려는 움직임이다. ‘누나’는 “학교가 폐교된다는 소식을 듣고 동생에게 ‘학교가 어떠냐’고 묻자, 동생은 ‘친구들도 좋고 재밌는 곳이다. 쉬는 날에도 집에 있는 것보다 학교 가는 게 더 즐겁다’고 답했다”며 “앞으로 6년 이상을 더 다녀야 하는 이곳이 앞으로 사라질지도 몰라 불안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누나’는 “갑작스레 학교를 폐교시킬 수 없으니 예산을 삭감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이유 없이 타인의 동정 어린 시선을 받고, 학비 부담은 가족의 몫이 될 것”이라며 “장애아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의 형편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고 걱정했다. 그는 현재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을 먼저 세우고 나서 폐지를 논의하는 게 상식적인 접근이라며, 대책 없이 학교부터 폐지한다면 결국 “학생들의 보금자리를 뺏는 것”이 될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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