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국철(49)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
이국철 “호텔·부산 등서 사용…이름은 못들어” 주장
검찰, 박영준 전 차관·곽승준 위원장 등 서면 조사
검찰, 박영준 전 차관·곽승준 위원장 등 서면 조사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49)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이 신 전 차관에게 제공한 그룹 법인카드 3장 가운데 일부를 청와대 직원들이 돌려썼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법인카드를) 호텔에서도 사용하고 부산에서도 사용하고 여기저기서 많이 썼길래 ‘왜 이렇게 많이 썼느냐’고 물었더니, 신 전 차관은 ‘청와대 사람들이 돌려썼다’고 말했다”며 “(당시) 구체적인 이름을 대지는 않았지만, 그냥 청와대 사람들이 돌아가며 썼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카드대금이 많이 나와서 내역을 살펴보니, 백화점 등에서도 워낙 많이 썼길래 그 부분도 물어보니, ‘선물 사서 인사를 많이 했다’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실제 이 회장이 “신 전 차관이 사용한 것”이라며 언론에 공개한 법인카드의 사용 내역에는 백화점·호텔·주유소 등이 빼곡하다. 이 회장이 공개한 일부 내역(2008년 9월부터 12월 초까지)을 보면, 해당 법인카드는 모두 55차례 사용됐으며, 사용 액수는 2000만원이 넘었다. 카드를 많이 썼다는 이 회장의 주장과 맞아떨어지는 정황인 셈이다. 앞서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제공한 법인카드는 모두 3장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법인카드는 이 회장이 신 전 차관에게 2008년 6월께 마지막으로 건넨 에스엘에스조선 해외 법인의 신용카드로, 이 기간은 신 전 차관이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 재직하던 시절과 겹친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법인카드를 오래 쓰다 들통이 날까봐 (그랬는지) 중간중간 카드를 바꿨다”며 “그러나 카드를 돌려썼다는 청와대 직원이나 선물을 보낸 인물이 누구인지 이름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신 전 차관의 해명을 들으려고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검찰은 이 회장의 주장에 대해 진위를 밝혀야 할 입장이지만, 상황은 여의치 못하다. 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에스엘에스조선 워크아웃 과정 등을 설명할 때는 적극적인 반면, 신 전 차관, 박영준(51)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 대한 금품·향응 제공 주장과 관련해선 충분한 근거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외 법인 명의의 신용카드들은 국외 금융기관이 발급한 것이어서, 한국 검찰이 사용 내역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회장은 또 검찰에서 “일본에서 박 전 차관에게 향응을 제공한 에스엘에스조선 일본 지사장이 행방불명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로서는 직접 당사자의 진술도, 명확한 물증도 없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검찰은 이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박 전 차관, 곽승준(51)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 임재현(42)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 등 3명의 서면 진술서를 받아 고소인 조사를 했다. 검찰은 6일 오후 2시 이 회장을 다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노현웅 이경미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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