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49)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한테 10년 동안 10억여원의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검찰, 신재민 전차관 소환
법인카드 3장 사용내역·상품권 흔적 등 조사
‘SLS그룹 개입’ 포괄적 업무연관성 입증 주력
법인카드 3장 사용내역·상품권 흔적 등 조사
‘SLS그룹 개입’ 포괄적 업무연관성 입증 주력
9일 검찰이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소환 조사하면서, 이국철(49)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이 폭로한 금품·향응 제공 의혹 사건 수사가 본격화하게 됐다. 검찰이 이 회장의 진술과 압수수색 결과 등을 토대로 신 전 차관은 물론, 정권의 핵심 실세를 둘러싼 의혹까지 깊숙이 파헤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은 먼저 혐의를 한사코 부인하는 신 전 차관과 맞부딪쳐야 한다. 하지만 이 회장이 신 전 차관한테 매달 수백만~수천만원을 제공했다는 핵심 의혹에 대한 혐의 입증부터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신 전 차관이 신문사를 퇴사한 2006년 말 이전에는 뇌물수수나 배임수재 등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 2007년 이후 안국포럼에서 활동할 때 또는 대통령당선자 비서실 정무기획팀장일 때 받은 금품에 대해선 내용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신 전 차관에 대한 금품 제공은 2006년 10월 이전이며, 그 이후에도 선의의 지원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뇌물 공여자 등으로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방어적 진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계좌 추적을 통해 신 전 차관의 자금 흐름과 재산 증가분의 출처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대신 이 회장이 신 전 차관한테 줬다는 3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용 수사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사용 내용이 일부 공개된데다, 비교적 최근인 신 전 차관의 재직 시절까지 카드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법인카드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난 국내 백화점·면세점 등 가맹점의 당시 매출 전표 등 금융자료 확보에 나섰다. 앞서 검찰은 법인카드 사용 내용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7일 이 회장의 집과 사무실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법인카드 사용 내용을 확인한 뒤, 카드 제공의 대가로 ‘에스엘에스 그룹 워크아웃 과정 등에 영향력을 미쳐달라’는 청탁을 한 게 아닌지를 확인해야 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신 전 차관이 차관 시절 금품과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정권 실세로서 에스엘에스 그룹 워크아웃 과정 등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업무 연관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로선 이 부분에 가장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은 신 전 차관이 전직 청와대 고위 관계자 ㄱ씨, 현직 청와대 행정관 ㅇ씨 등한테 줄 상품권을 요구해 2008년 추석과 2009년 설에 5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건넸다는 이 회장 주장에 대해서도 신 전 차관을 상대로 직접 추궁하는 등 사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다만 백화점 상품권은 포인트 적립을 하지 않았다면 사용 흔적을 찾기 어려워, 검찰이 이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재민 관련 의혹은 전체 사건의 100분의 1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3개월 전에 써놓은 비망록이 있는데, 신 전 차관을 비롯한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다른 ‘권력 실세’들의 연루 의혹을 내비치면서,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이런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노현웅 이경미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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