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거부하던 무역공사
MB정부 인수위때 돌변
금액 두배로 늘려주기도
검찰 “허위서류 사기혐의”
이회장쪽 처벌에만 급급
MB정부 인수위때 돌변
금액 두배로 늘려주기도
검찰 “허위서류 사기혐의”
이회장쪽 처벌에만 급급
무역보험공사가 신용등급이 최하위에 가까웠던 에스엘에스(SLS)조선에 규정에 어긋나는 거액의 ‘선수금 환급보증’(RG)을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혜성 보증이 이뤄진 것은 정권 교체기인 2008년 초여서, 정권 실세에 대한 로비의 결과가 아닌지 의심된다.
무역보험공사는 2008년 1월 최하위 재무신용 등급인 지(G)등급 판정을 받은 에스엘에스조선에 6억달러의 선수금 환급보증을 발급했다. 에스엘에스조선은 2007년부터 최하위 신용 판정을 받아, 규정에 따라 기존의 선수금 환급보증이 취소되거나 신규 보증 발급을 거부당했다. 그러나 무역보험공사는 2008년 초 한해 14~17척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됐던 에스엘에스조선의 건조 능력을 무시한 채 이 회사가 한 해 30척까지 건조할 수 있다며 거액의 보증을 발급했다.
무역보험공사는 또 보험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큰데도 몇 달도 안 돼 이 회사에 대한 보증 액수를 두배로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감사원이 낸, ‘선박 선수금 환급보증 감사 보고서’를 보면, 2008년 당시 에스엘에스조선은 신규 보증을 요청하기 위해 무역보험공사에 ‘매 분기 선박 건조 공정 현황’을 보고했다. 에스엘에스조선은 이들 보고서에서 그해 선주들에게 인도할 수 있는 선박 수를 애초 밝힌 23척에서 15척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인도가 지연되는 8척의 선박 건조 계약에 대해서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무역보험공사는 2008년 11월 에스엘에스조선에 대한 보증 한도를 재결정해, 애초 6억달러였던 선수금 환급보증을 12억달러로 늘려줬다. 보증액이 늘어난 시점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조선업계에 위기감이 높아지던 때였다.
이런 비상식적 보증 발급 및 한도 증액이 로비 때문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선·금융 분야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실제 공정이 지연되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수천억원이나 보증액을 늘린 것은 실무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며 “공교롭게 정권 교체 시기에 이런 태도 변화가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무역보험공사가 애초 보증 발급을 거부했다가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 구성 뒤 태도를 바꾼 것도 의혹으로 꼽힌다.
그러나 2009년 9월 에스엘에스조선을 수사했던 창원지검은 이런 의혹과 관련해 무역보험공사에서 에스엘에스조선으로 자리를 옮긴 강아무개 부장만 구속하는 데 그쳤다. 강씨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다. 올해 재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도 이 회장이 회계 서류를 허위로 꾸며 무역보험공사를 속인 것이라며, 이 회장 쪽에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사기 혐의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첫번째 보증 제공 당시 에스엘에스조선이 회계상 G등급인 것은 맞았지만, 유상증자를 통해 실제로는 자본잠식이 해소된 상태여서 보증을 발급한 것”이라며 “(2차 발급은) 당시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라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자는 정부의 정책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현웅 이경미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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