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로 부족 등 ‘인재요인’ 인정…‘피해보상’ 선회 예고
쪽방촌 화재예방 당부…재난대책 부서 “예산 수혜”
쪽방촌 화재예방 당부…재난대책 부서 “예산 수혜”
지난 7월27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 일대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18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를 두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31일 “우면산 산사태를 천재지변이라고만 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시가 꾸린 조사단이 지난 9월 ‘사실상 천재지변’이라고 발표한 것과는 차이가 나는 것이어서 피해 보상 논란 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지역 재해재난 24시간 통합 대응기관인 중구 예장동 서울종합방재센터를 찾아가 “내가 (우면산) 근처에 살아서 아는데 지난해에 사고가 크게 있었고, 이후 충분히 복구될 수 있는 부분도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산사태가) 초래됐다”며 ‘우면산 산사태가 일부 인재’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작년(여름)에 벌써 계곡이 생길 정도였고 나무들도 다 잘렸다. 서울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의 이런 견해는, 서울시가 구성한 우면산 산사태 원인 조사단(단장 정형식 전 한양대 교수)의 발표와 크게 다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그는 ‘집중호우’라는 천재를 고려하더라도 ‘예방조처 미흡’이라는 인재 성격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방배동에 사는 박 시장은 올해만이 아니라 지난해 태풍 곤파스 피해 이후에도 우면산을 둘러본 적이 있다고 했다.
박 시장의 견해는 우면산 정상의 공군부대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접근법과도 대비된다. 오 전 시장은 산사태 며칠 뒤 헬기를 타고 현장을 둘러보다 우면산 정상 공군부대 일부 경계가 무너진 점을 발견하고, 산사태 발생 원인 및 책임 규명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서울시 조사단의 조사에서도 공군부대에는 산사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후 산사태 원인조사단은 지난 9월15일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아파트와 전원마을·형촌마을 등의 재해 원인으로 누적 강수량 포화 상태에서 사고 당시 집중호우가 내린 점, 배수로가 불충분한 점 등을 꼽았다. 사실상 천재지변이라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피해 주민들은 “서초구나 서울시의 예방조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로 쓰러진 우면산 나무들을 치워달라고 서초구청에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치워주지 않아 폭우에 쏟아져내린 나무들이 배수구를 막았고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춘천·밀양 산사태 피해 유가족과 함께 지난달 16일 ‘수해 피해 전국연합’까지 꾸렸다. 일부 주민들은 지난 9월2일 서초구와 국가를 상대로 1억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나온 박 시장의 발언은 주민들의 주장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민 피해 보상과 관련해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나아가 박 시장의 수해 방재대책을 비롯한 주민 안전 정책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 시장은 우면산 산사태 피해를 겪은 전원마을 일대 ‘무허가주택 주민들’에 대한 대책도 거론했다. 그는 “어쨌든 거기 사람이 살고 있는데 무허가라고만 하면 어쩌냐. 내년이 금방 오는데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첫날인 지난 27일 영등포구 ‘쪽방촌’을 찾았던 그는 이날 쪽방촌의 겨울철 화재 예방 대책 마련도 강조했다. “쪽방촌에서는 소방차가 출동하기도 전에 상황이 끝나버린다. 화재 진압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중요하다”고 했다. 쪽방촌이나 무허가주택에서 지내는 ‘영세 서민들’에게 다가서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이날 최웅길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과 이인근 도시안전본부장에게 “시간이 급해 마음대로 예산을 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두 부서에) 가장 크게 수혜를 주겠다”며 재난대책을 최우선시하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취임 첫날인 지난 27일 영등포구 ‘쪽방촌’을 찾았던 그는 이날 쪽방촌의 겨울철 화재 예방 대책 마련도 강조했다. “쪽방촌에서는 소방차가 출동하기도 전에 상황이 끝나버린다. 화재 진압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중요하다”고 했다. 쪽방촌이나 무허가주택에서 지내는 ‘영세 서민들’에게 다가서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이날 최웅길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과 이인근 도시안전본부장에게 “시간이 급해 마음대로 예산을 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두 부서에) 가장 크게 수혜를 주겠다”며 재난대책을 최우선시하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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