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백합꽃’ 들고 연호
재판부의 선고는 1시간40분이나 계속됐다. 그동안 한명숙 전 총리는 내내 서 있었지만, 얼굴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2년 가까이 진행된 법정 다툼의 고통을 마무리짓는 자리였다. 마침내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1층에서 기다리던 지지자 100여명은 “한명숙! 한명숙!”을 외쳐댔다. 그들은 ‘결백’을 상징하는 꽃, 백합을 한 송이씩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
그제야 한 전 총리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지지자들은 “한명숙 무죄! 진실이 이깁니다”라는 노란 펼침막을 흔들었다.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9억여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한 전 총리는 “돈 받은 사실이 없기에 무죄임을 확신하고 있었다”며 “이번 판결을 정치검찰에 대한 유죄선고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법정을 찾은 지지자들도 제 일처럼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비좁은 법정에 들어찬 수많은 지지자들은 저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한 전 총리의 무죄판결 소식을 주변에 알렸고, 법원 청사 밖에서 한 전 총리를 기다리고 있는 지지자들을 위해 뛰쳐내려가 “한명숙 무죄!”라고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 직전 “이 법정 안에는 한명숙 전 총리의 지지자도 반대자도 있을 수 있고, 또 각자 여러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법정에서 박수를 치거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각별히 당부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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